> 학교를 새롭게 새롭게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교사 성장 지원하는 내부형 교장 더 많아지길"
| 인 | 터 | 뷰 | 교장 임기 마친 뒤 평교사로… 경기 한산초 고경민 교사
 
강성란 기자   기사입력  2019/10/03 [15:45]

 "나는 온조왕이야! 선생님 우리 모둠은 백제 건국 이야기로 할래요!"
 경기 한산초 5학년 4반 교실. 역사 속 사건을 역할극으로 꾸미는 활동이 한창이다. 6교시의 나른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고경민 교사는 모둠을 돌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고경민 교사는 지난 3월 1일부터 학급담임, 평교사가 되었다. 201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장 선생님'으로 불리던 그는 이제 '교장' 빼고 '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

▲ 수업이 한창인 고경민 교사     © 최승훈 <오늘의 교육>기자

 

 2011년 혁신학교가 되면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도 함께 추진한 경기 상탄초에서 학년부장과 혁신부장을 했던 그는 2015년 2기 내부형 공모 교장이 되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내부형 공모제에 재직교 교원의 지원을 허용했다.


 혁신학교 1기에 혁신부장을, 2기에는 공모교장을 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교사들의 지지로 온 자리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4년 임기를 마친 뒤 상탄초는 교장 공모제를 다시 추진했지만 그는 평교사가 되었다.


 "이미 혁신 1기, 2기 상탄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으니 새로울 것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다음번도 내부형 공모제 시행이 결정됐으니 교사, 학생, 학부모로부터 이미 검증받은 우리 학교 선생님이 교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시 평교사가 되는 것이 교장 선출보직제 취지에도 부합하니까요.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서 내려오니 홀가분했습니다."


 주변의 '설마 평교사로 가겠느냐'는 호기심과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그는 평교사로 돌아왔다. 인근 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고경민 교사는 '불편할 만도 한데 우리 교장 선생님은 흔쾌히 잘 왔다고 이야기해주셨다'고 웃었다. 지금 교장 선생님과는 그가 교장이었을 때 3년 동안 같은 지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고. 왜 상탄초에서 평교사로 시작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학생들이 새로운 교장 선생님도 저도 '교장 선생님'이라고 부를 텐데 어색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학교 경영 방식이 다를 텐데 함께 있으면서 비교 당하기 싫다."는 진담같은 농담으로 학교 이동이 모두를 위한 것이었음을 설명했다.


 교장 임기 4년 내내 국어, 음악 등 수업을 한 번도 놓은 적 없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담임을 맡고 첫 수업을 마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3~40분씩 기절하다시피 책상에 엎드려 있은 뒤에야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할 수 있었어요. 동학년 선생님들이 직접 혹은 교내 메신져로 수업 자료를 보내주는 등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아무런 업무 없이 담임만 하는데도 입에서 단내가 났다. 네이스에 입력할 것은 왜 그리 많은지…… 전쟁 같은 1학기를 마친 뒤 이제야 적응이 됐다는 고경민 교사는 "교장 4년 동안 수업 근육이 다 빠져버린 것 같다."고 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변했고, 그도 학교 관리자 역할에 익숙해져 있었다. 교사들의 탄탄한 수업 근육이 새삼 존경스러웠다고.


 관리자가 되어 봤으니 다양한 방면에서 동료 교사들에게 해줄 말이 많을 것 같다는 질문에 펄쩍 뛰며 되돌아온 대답은 "그건 꼰대"였다. 그는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입니다. 동의된 사람들이 함께 갈 때 가장 큰 힘이 생겨요."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을 위해'를 앞세워 무언가를 요구하는 순간 그것은 제안이 아닌 교장의 지시 사항처럼 느껴지고 교사들은 지칠 것이라고도 했다.


 고경민 교사는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교사들과 관계 맺기, 아이들에 집중하는 것"이라면서 "수업 근육을 서서히 늘린 뒤에 다양한 수업을 해보고 좋은 것들을 동료 교사들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우선은 제 적응이 먼저"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모 교장이 많아지면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고경민 교사는 "학교 구성원들의 지지로 교장이 됐기 때문에 교장 임기 동안에는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 고경민 교사     © 최승훈 <오늘의 교육>기자

 그럼에도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관리자가 되면 교사, 교직원, 학부모, 지역 인사를 만나면서 상대적으로 아이들을 만날 시간은 줄어듭니다. 다양한 사업과 실적에 욕심을 내다보면 교사들을 몰아붙이게 되고요. 하지만 내부형 공모제 교장들은 평교사 지향형 리더십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평교사의 관점에서 교사 학생의 관계 회복에 주목하고, 교사의 성장을 지원합니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교사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를 경영하는 학교장이 많아진다면 학교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변화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교사의 성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경민 교사를 바라보는 동료 교사들의 시선도 궁금했다. 5학년 교무실에서 만난 ㄱ 교사는 "고경민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인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안 불편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라며 웃었다. ㄴ 교사는 "교장 임기를 마치고 교사로 돌아오는 것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순간 관리자를 꿈꾸는 것이 대단한 일이 된다."면서 "순리대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ㄷ 교사도 "교장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가 되었다가 이 경험을 살려 다시 공모 교장에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 많은 사례가 나와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10/03 [15:45]  최종편집: ⓒ 교육희망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