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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 갇힌 교육청과 학교
검찰로 간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 사법 판단에 맡기나
 
김상정 기자   기사입력  2019/10/03 [15:56]

  여기 한 도덕교사가 있다. 그는 올해 3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덕교과의 성윤리·성평등 단원에서 성평등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수많은 여성단체들이 추천했던 '억압받는 다수'라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해 7월 10일, 그는 수업에서 배제됐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광주교육청이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인 17일, 그는 학교 내 성고충심의위원회 간사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수업 중 발언과 자료로 활용한 영상에 대한 학생들의 민원이 제기된 것'이 수업배제의 이유였다. 성평등 수업을 하는 교사였던 그가 성비위 행위 교사가 된 것이다.


 그는 광주교육청의 학생들과의 분리차원의 수업배제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여느 때처럼 수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광주교육청은 24일, 그를 직위해제했다. 다음 날인 25일, 학교에서 열린 성희롱·성고충 심의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해당 사안을 '성비위가 아님'으로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수업 활동 중 일본군 위안부 폄훼, 왜곡된 성 윤리, 성적 수치심을 주는 동영상 제시 등을 '성비위'로 규정했고 성폭력성희롱매뉴얼(매뉴얼)에 따라 직위해제 조치를 취했다. 배이교사는 특정 사건에서 나타난 성인식을 비판하기 위해 내용을 인용하였으나, 오히려 자신의 생각인 양 왜곡되었다고 밝히며 SNS에서 광주시교육청의 과도한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교육청은 스쿨미투 이후,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매뉴얼에 따라 가해지목 교사들을 엄벌조치하고 있다. 그로 인해 파면과 해임을 당한 교사들이 속출하면서 교직사회에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매뉴얼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계 학생인권 운동의 대표적 활동가였던 교사가 성비위 행위 교사로 몰려 직위해제를 당하자, 교사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를 지지하는 교사들은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교육권 침해 사과하고 매뉴얼 즉각 수정하라'는 팻말을 들고 교육청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하는 모임'을 꾸려 서명운동을 포함한 피켓시위,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성명을 내고 광주시교육청의 행정행위를 규탄했다.


 지난 9일, 경찰은 이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까지가 지난 2개월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며 성평등 교육과 스쿨미투 그리고 교사의 교육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야기다.


 전교조는 지난 24일, '광주교육청 배이상헌 교사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8월과 9월 두 차례 걸쳐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지난 21일 토론회를 거친 후 나온 전교조 입장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함께 보호되도록 교육부 매뉴얼 수정과 교육청의 징계 양형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고 교육청 내 숙의기구를 통해 사안을 해결해 나가고 그 과정에 학생의 참여권이 보장되며 학내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진행 과정에서 존재하지만, 들리지 않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다. 수업을 받으면서 불편함과 그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던 학생들이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민원을 넣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성평등 교육을 해온 교사와 그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던 학생, 두 주체 모두를 살려야 하는 게 교육계의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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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3 [15:56]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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