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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보장법은 도움이 될까?
 
김해경 ·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기사입력  2019/10/03 [16:16]

  교육부와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표집으로 치러진 학력평가에서 기초학력 부진학생이 증가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0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이유다. 법안은 진단의 방식을 전수 조사로 전환하고 주기적으로 결과를 보고하며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출됐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음에도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기초학력 부진대책을 시작으로 소위 진보교육감들 조차 초1학년~ 고1학년까지 전수조사와 교사 책임지도 등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내고 있다. 하지만 표준화된 도구로 기초학력부진학생을 판별하고, 책무성 강화를 통해 학교와 교사가 부진학생 비율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방식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 서교협은 지난 달 17일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 최승훈 <오늘의 교육>기자

 

 법안 제 2조는 "기초학력"을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리하였다.


 범주를 학교 교육에 두고 있어 혁신 교육,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개념조차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진학 전이나 1~2학년 진입 시기에 나타나는 학습 장애 등 지원이 필요한 경우 병원, 지역센터 등에서 맞춤형으로 진단하고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기준을 성취 수준으로 삼는 것도 문제이다. 보통 읽기, 쓰기, 셈하기(3R)를 기본으로 두고 어느 부분이 추가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이 과정 없이 법안을 적용할 경우 각 교과목별 500(초등)개가 넘는 성취 수준의 최소화 없이 고난도 평가(진단)후 학생들에게 집단적으로 기초학력부진 낙인을 찍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준 역시 애매하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 사용 중인 표준화된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대전의 DTBS, 대구의 샤이니, 부산의 캔디라는 이름으로 전국 학교 60%이상이 사용 중)은 성취 수준이 아닌 현직 교사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활용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여전히 각 시도교육청은 업무폭탄용 진단- 보정시스템을 적극 제안 중에 있다는 것이다.


 법안 제 7조 '학교의 장은 학습지원 대상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학생별 학력의 수준과 기초학력 미달의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위하여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함'에 대한 내용이다.


 7조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학습지원교육'을 학교의 장이 학습지원 대상학생에게 각 개인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실시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정의하면서도 전국 단위의 표준화 된 도구에 의한 진단을 일반화 하고 있는 점이다.


 이 때문에 2019년 3월 교육부의 기초학력부진대책을 발표 이후 사교육 업체들은 '기초학력시험 부활!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등의 광고 문구로 학부모들을 현혹 시키고 있다. '낙인'과 '낙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이들의 위기 의식을 읽은 것이다. 학부모에게 무조건적으로 진단결과를 통지한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학습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법안 9조는 학습지원을 위해 전담 교원을 지정하고 담당 교원에게 전문성 함양을 위한 연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교사'나 '학습지원 전담 교원'의 경우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그 역할이나 신분, 자격조건, 업무범위 등이 불분명해 비정규직 양산, 사업의 연계성 및 담당자의 전문성 논란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 따른 세부 내용은 시행령에 따라 관련 기관,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각 시도교육청마다 인성교육위탁기관으로 인가 절차도 없는 무수히 많은 단체들이 난립했던 기억이 있다. 기초학력 개념의 합의나 전문적인 지원책도 없는 상황에서 민간기관 위탁까지 하게 되면 문제 풀이식, 유형별 정답 찾기 등 파행 운영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18년 극빈층 주거지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12명, 담임교사를 3명으로 두는 파격적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심도깊게 우리 교육을 진단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은 진정 요원한 일일까?


 기초학력대상자 비율이 통계적으로 줄었던 2009년은 전국 단위 일제고사 파행사례로 학교 현장의 황페화가 극에 달했다. 그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학력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배움으로부터 도피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습 부진 문제 해결은 우리의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기초학력의 개념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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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3 [16:16]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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