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비판이 죄? 적반하장 ‘우천학원’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9/1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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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비판이 죄? 적반하장 ‘우천학원’
시민사회, 재단 비판 교사 중징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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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재단 비판 교사 중징계 철회하라

음력 813일이 생일인 권종현 교사에게 2019911일은 잊혀지지 않을 특별한 생일이 됐다. 이 날은 서울 구로구 궁동에 자리하고 있는 우천학원이 권종현 우신중학교 교사를 중징계하겠다며 징계위원회를 연 날이다. 징계위가 열리는 날, 교육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꾸려진 우천학원 부당인사·보복징계 대책위원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대책위)’는 우신중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천학원(우신중·)은 민주양심교사에 대한 부당인사 ·보복징계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징계위 전날인 10일에는 우신중학교 앞에서 권종현 교사에 대한 재단측의 보복 징계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비가 제법 쏟아지는 날씨에도 학교 인근 지역주민들까지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해 징계 철회의 목소리를 냈다.

 

▲ 9월 10일 오후 6시경, 우천 중에 우신중학교 앞을 찾은 교사들과 마을 주민들, 이들은 권종현 교사에 대한 우천학원 중징계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김상정


박경양 목사는 우신고 1회 입학생이자 그 지역에서 30년째 살면서 5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궁동의 주민이다. 우신고는 설립 초기, 지역에서 좋은 학교로 이름난 학교였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마을에서 학교에 대한 좋은 평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교사들을 재단이 탄압하고 있는 상황은 이미 마을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다. 10일 열린 집회에서 박경양 목사는 권종현 교사를 중징계하겠다는 것은 단지 개인 교사의 문제만이 아니고 교사의 교육권, 학생들의 교육권, 나아가서 주민들의 교육권도 침해당할 것이라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권종현 교사를 살려야 하고 우신중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종현 교사에 대한 우천학원측의 부당한 인사조치는 이번만이 아니다. 우천학원은 우신중학교와 우신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인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우천학원은 지난 10년 동안 권종현 교사에 대해 지속적인 부당인사조치를 감행해왔다. 그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신고를 자사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우천학원은 권종현 교사를 우신고에서 우신중으로 강제 전보 조치했다. 당시 권종현 교사는 우신고의 자사고 지정 시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11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를 크게 지적한 바 있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 또한, 우천학원 특별감사를 통해 기존 인사위원회를 강제 해산하고 불법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무리수 두어 전보를 강행했음을 밝혔다. 그 이후에도 학습연구년 특별연수 응시 추천 거부, 교육부 파견요청 거부, 서울시교육청 교육전문직 선발 전형 추천 거부 등 매번 인사상 불이익이 되는 처분을 했다. 그때마다 우천학원이 내세운 명분은 학교에 꼭 필요한 교사라는 것. 이번에 진행되는 중징계는 이런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다. 학교에 꼭 필요한 교사였던 권종현 교사를 재단 측에서 자체 중징계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 우신중학교가 있는 마을인 서울 구로구 궁동, 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구로구 시민사회단체가 10일 집회에 함께 했다. 박경양 목사는 1회 우신고 입학생이고 30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이 마을 토박이다. 궁동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박경양 목사는 일찍이 사학민주화와 교육민주화를 위해 앞장서 온 이다.     ⓒ 김상정


권종현 교사는 우신고가 자사고 전환을 시도할 때 자사고 정책을 비판했고 비민주적 학교운영과 부조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 학교의 부적절한 대응과 홍보를 비판했다. 2017년 망월동민주공원묘지 수학여행 취소 사태 처리와 교권보호 미숙 등을 비판하고 여론화시켰다. 2018년 교육감 선거 국면 후보와의 사학정책협약을 위한 토론회에서 교내 사례를 발표하며 사학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언론에 사립학교 제도의 모순과 개혁방안 관련 글을 기고했고 이런 생각들을 SNS에서 소통하고 있다.

 

우천학원측은 권종현 교사가 학교의 잘못과 비민주적 운영을 SNS에 올린 것을 두고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자 학교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1인 시위를 중단시키지 않은 것을 두고 복종의무 위반이라며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대책위는 11, “우천학원의 중징계 시도가 끊임없이 내부 비판과 공익제보를 통해 학교 민주주의와 교육개혁 그리고 사회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민주양심교사에 대한 괴롭힘이자 보복징계라는 것을 증명한다.”라면서 민주양심교사 권종현에 대한 부당징계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대표는 지난 해 5월 권종현 교사에 대한 우천학원측의 지속적인 인사갑질을 규탄하며 우신중학교 앞 1인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곽노현 대표는 인사갑질과 보복징계와 사학비리를 징계해야 하는데 한 교사의 언로를 징계하고 보복인사에 대한 항의를 징계하고 있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적반하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10일 집회에는 이 마을 주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오랫동안 궁동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서 우신중고는 마을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교육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교사들을 향한 탄압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신중고는 더이상 마을의 자랑이 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주민들의 교육권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 김상정


권종현 교사는 33쪽 분량의 징계사유서를 받고 42쪽에 달하는 징계사유에 대한 반박소명서를 작성했고 11, 우천학원에서 열린 징계위에 출석하여 10년간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며 3시간에 걸쳐 반박소명을 진행했다2019911일이 권종현 교사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생일이 된 이유다. 우천학원이 휘두른 중징계의 칼날이 성난 마을사람들의 민심을 빗겨갈까? 우천 학원 징계위 결정에 시민사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우천 중에도 우천학원의 부당한 인사시도에 맞서고자 우신중학교 앞을 찾은 사람들, 이들은 10일 집회를 마치고 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며 권종현 교사의 징계를 함께 막아내자고 결의를 다졌다.     ⓒ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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