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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픔 곁에 함께 서달라”
이란 난민 김민혁 학생 아버지 구호에 나선 청소년들
 
김상정   기사입력  2019/09/03 [13:18]

민혁이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처음엔 낯설었는데 그건 그 때 뿐이었고 우리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학교도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에요. 그런 때 중 3때 민혁이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이란으로 돌아가면 기독교로 개종한 것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친구를 도와주지 않으면 나중에 큰 후회를 할 것 같았지요. 그래서 민혁이의 난민 인정을 위한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민혁이를 난민으로 인정한 우리나라는 똑같은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아버지는 인정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민혁이가 아버지랑 함께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좋겠다라는 말로는 부족해요. 꼭 함께 살아야 해요.”

 

다섯명의 청소년들이 지난 달 29일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는 이들이 국회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민혁(17) 학생의 친구인 이들은 기자회견장 단상에 올라 번갈아 회견문을 낭독했다. “김민혁 군 아버지의 부당한 난민 불인정 조치가 이뤄진 과정에 대해 조사하라가 회견문의 마지막 문장이다.

 

▲ 8월 20일 오전 11시, 국회정론관에서 김민혁 학생의 친구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김상정


김민혁 학생은 아버지와 함께 한국으로 와서 지난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아들과 같은 내용으로 심사를 받은 아버지는 사도신경을 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독교 개종을 의심하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해 친구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등 활동을 함께했던 그 친구들은 다시 친구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국회의원에게 자신들이 활동하면서 수집했던 난민 인정 관련 자료들을 전달한 후, 청와대에도 의견서를 전달했다.

 

친구가 난민 인정이 안돼 이란으로 돌아간다면 당장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내내 괴로울 것 같았다는 게 지난 해 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들이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 한 이유였다.  

 

 

활동을 시작하자 기사 마다 악플이 빗발쳤다.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선을 다해 친구를 구하는 것에 집중했고 다행히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란으로 강제 송환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친구의 아버지를 지키는 일은 김민혁 학생 친구들에게 친구를 지키는 일이나 다름 없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손피켓에는 김민혁 아버님께 법무부는 사과하라”,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법무부에게 정당한 판결 원합니다”, “우리의 슬픔 곁에 함께 서달라는 글귀가 담겨있다.

 

이들의 슬픔 곁에 함께 선 이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국회를 찾은 이들이다. 지난해 김민혁 학생의 담임이었던 오현록 교사와 평등실현을 위한 학부모회(평학학부모 조이희, 박은경, 이종훈, 박영락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 목사, 김어진 난민과 손잡고 대표다. 이종훈 평학 사무처장은 민혁군 아버지가 이란에 도착하는 즉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과 국격은 땅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하지 말고, 한국 정부에 민혁군 아버지의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한다.”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박영락 목사는 법무부가 편협하고 왜곡된 지식에 의거 해 신앙의 유무를 판별하는 종교재판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평생 가져왔던 자신의 종교를 버리고 개종을 결심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가장 절절하고 절박한 개종의 이유이자 인도주의적인 선택인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국회에 법무부의 난민심사 과정이 근본취지에 맞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하사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지민 학생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더 잘 해주셨으면 해요. 지금 난민에 반대하는 이들 중 2-30대가 상당수예요. 우리나라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넘어 공동체가 모두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저에게 선생님은 친근하고 생명의 은인입니다.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나는 작년에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불인정 받았습니다. 작년에 나도 종교적 신념이 없다는 이유로 불인정 받았었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이 재신청, 국민청원, 피켓시위 등을 함께 해주셔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5시간 30분 심사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셨습니다. 다만 미성년자 양육을 위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고 제가 성년이 되면 추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사형이라는 중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이길 수 없는 과정이니 선생님들과 주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김민혁 학생이 지난 831일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는 홍익대연수원 국제연수원 단상에 올라 한 말이다. 대의원과 참관인을 비롯해 행사에 참가한 300여 명의 교사들은 김민혁 학생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박지민, 최현준, 윤명근, 추경식, 이윤규. 지난해 아주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국회 정론관과 청와대를 찾아 친구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위해 행동한 청소년들의 이름이다. 이들이 찾은 국회 정론관은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와 관련된 논란이 대한민국 사회를 들썩이게 할 때, 공교롭게도 법무부의 난민심사과정이 10대 청소년들의 입을 통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들이 든 피켓 중 우리의 슬픔 곁에 함께 서달라는 문구에는 친구가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는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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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3 [13:18]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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