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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제보를 하면 벌어지는 일
세상과 교육을 바꾸는 공익제보
 
전경원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기사입력  2019/09/03 [10:17]

"이게 정의감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 지켜보다가 고민해 보고 오세요."
 "당신 지금 나쁜 사람 되기 싫어서 이러는 거 아냐. 싸움이란 게 고고하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사람들 모으는 거 진짜 어렵잖아요. 그런데 사람 가르는 법은 누가 안 가르쳐줘도 다들 그냥 알아요. 꼭 엄마 뱃속에서 배워 나오는 거 같아…."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세요. 저는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송곳>의 대사들이다. 이 드라마는 공익제보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로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떤 사회든 송곳은 존재한다.


 학교 사회에는 벌떡 교사들이 존재한다. 침묵하지 않고 굴종을 거부하는 교사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공익제보가 발생하는 곳엔 언제나 권력을 중심으로 어마 무시한 힘이 작동한다. 제보자의 원심력과 권력자의 구심력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권력의 힘이 작동하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권력이 사람들에게 줄을 서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배워온 것처럼 줄서기와 갈라치기를 본능적으로 학습한다. '송곳'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갈라서기 위해선 나름의 명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도둑이야!!!"라고 소리친다. 정상적 사회라면 도둑을 잡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도둑을 잡아달라고 소리 지른 사람을 큰소리를 질렀다고 고성방가죄로 처벌하려 든다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익제보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제보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감추기 급급하거나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내용일수록 조직은 메신저인 제보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고, 파렴치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 이유는 메시지의 신빙성과 신뢰도를 낮추고 폄훼해야 사람들이 제보자의 진술을 믿지 않고 배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제보자를 징계하겠다는 명분은 억지 논리이거나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힘과 권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간에서는,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움직임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리학 연구자들은 공익제보와 관련해 벌어지는 현상들을 '동조'와 '복종'이론으로 설명한다.
 
 '동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동조(conformity, 同調)란 실제 혹은 가상의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집단의 규범을 따른다. 친구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도, 유행을 따르는 것도 모두 동조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솔로몬 에쉬가 설계한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이 증명됐다. 실험에 참여하는 가짜 참가자들은 사전 약속을 한다. 


 두 장의 카드에서 선의 길이가 비슷한 것을 찾도록 하는 실험인데 진짜 참가자 앞에서 일부러 오답을 말하기로 약속한다. 진짜 참가자의 76%가 가짜 참가자들이 오답을 말하자 본인은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짜 참가자들이 반응하는 오답을 자신도 정답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집단 내에서 나만 다른 반응을 함으로써 배척당하거나 소외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오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답으로 착각하도록 작용한 것이었다. 그만큼 동조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복종'의 심리적 기제에서 자유로울까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기억에 관한 과학 연구"라는 가짜 제목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권위에 대한 복종 연구"였다. 문제가 틀릴 때마다 전압을 점차로 높여가도록 설계했다. 학생은 계속해서 오답을 말하기로 사전 약속을 한다. 물론 실제로는 전압이 흐르지 않지만 450볼트까지 전압을 넣을 수 있는 장치 앞에 실험 참가자를 앉혀 놓고 실험을 진행한다. 가짜 학생은 오답을 말하고 실험자가 전류를 흐르도록 할 때마다 실제로 전류가 온몸에 흐르는 척 비명을 지른다. 


 실험 참가자는 문항이 틀릴 때마다 전압을 높여 간다. 마지막 단계인 450볼트에는 위험하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경고가 적혀 있는 마지막 단추까지 인간이 전압을 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였다.


 사전에 심리학자들을 대상으로 예측 조사를 했을 때의 반응은 사람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450볼트까지 전압을 높이는 피실험자가 1%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제출됐다. 그러나 실제 실험결과는 놀랍게도 예상과 달리, 무려 65%가 사람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450볼트까지 전압을 넣고야 말았다.


 이 실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은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고 누군가가 책임을 진다고 하거나 권위 있는 자의 명령이라면 이성적 사고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대단히 비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 두 실험결과를 통해 우리는 공익제보가 발생하는 경우 조직이 어떤 심리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우선 '동조' 심리에 의해 공익제보자를 외면하거나 탄압하게 된다. 그나마 살아있는 양심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침묵을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익제보자를 지지한다.
 동시에 '복종' 심리는 양심에 따른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권위에 복종하며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권력자의 존재를 인식하는 과정이 작동한다. 이 과정에 따라 비합리적인 선택을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공익제보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곧잘 목격한다. 그러나 우리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그런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동조'와 '복종' 이론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트 브링어(Light Bringer)'. 선진국에서는 내부고발자를 존경하는 의미로 이렇게 '빛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내부고발자'내지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식이 어둠 속에서 빛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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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3 [10:17]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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