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22개교, ‘이토 히로부미 기념식수 향나무를 교목으로 사용’

최대현 | 기사입력 2019/08/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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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22개교, ‘이토 히로부미 기념식수 향나무를 교목으로 사용’
부산교육희망네크워크, 부산 초·중·고교 친일잔재 전수조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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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희망네크워크, 부산 초·중·고교 친일잔재 전수조사했더니

부산의 122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조선침탈의 핵심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조선총독부 초대통감이 기념 식수한 가이즈카 향나무를 학교의 나무인 교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일본이 원산지인 꽃이나 나무 등을 교목으로 채택한 학교가 모두 197개에 달했다.

 

▲ 부산 월평초등학교는 교화와 교목, 캐릭터 모두 일제 잔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등이 꾸린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가 공개한 부산지역 학교 내 일제 잔재 실태조사(6월 말~7월 말) 결과를 보면 197개 초··고가 가이즈카 향나무, 히말라야시다, 영산홍 등 일본이 원산지인 꽃이나 나무를 교목으로 사용했다. 부산의 초등 637개 초··(2018년 기준)31.4%에 달한다.

 

특히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채택한 학교가 122개교(19.2%)로 가장 많았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에 따르면 가이즈카 향나무는 이토 히로부미 조선총독부 통감이 국채보상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던 1909년 대구에서 의도적으로 기념 식수 1호로 심었다. 조선침탈의 상징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로 알려져 있다.

 

이후 식민정책의 하나로 학교와 관공서에 심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문화재청은 가이즈카 향나무를 사적지에 심을 수 없는 부적합 수종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현충원과 국회 내 가이즈카 뽑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시도교육청도 가이즈카를 뽑고 국산 수종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3미수로 꼽힌 나무인 히말라야시다를 사용하는 학교는 33개교(5.2%), 일본 왕실의 상징인 국화 16개교(2.5%), 벚꽃·벚나무 3개교(0.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연상되는 교포를 사용하는 학교도 있었다. 동항초와 천가초였다. 명륜초는 욱일승천기를 형상화한 교포를 쓰다가, 개교 100주년이던 2017년 형상화 부분을 삭제했다.

 

친일인사인 작곡가와 작사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16개교였다. 학교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에서도 친일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학교급 장과 교감·교육감, 상장·표창장·개근상·정근상·졸업증서·통지표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교육희망네크워크는 일본강점기 때부터 사용한 용어가 다수 남아 있었다.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로는 차렷, 경례’, 교문지도, 군대식 거수경례, 애국 조회나 조회대, 주번제 등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12일 부산 초중고 전수조사를 통한 학교 내 친일 잔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전교조 부산지부

 

이와 함께 학교의 노래인 교가에서 성차별적인 내용도 다수 확인됐다. 한 여자중학교는 겨레의 밭으로, 누리의 꽃으로라고 여자 학생들을 표현했고, 한 여자고등학교는 부용의 꿈을 지닌 고운 요조들이라고 했다.

 

부산교육희망네크워크는 여학교의 경우가 수동적 이미지나 꽃에 대한 비유가 많고, 착함·순결·요조 등의 여성성을 강조했다. 반면, 남학교 교사에는 씩씩하고 굳세며 큰 뜻을 지니며 이끌어가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분석했다.

 

학생의 성장이나 발달보다는 나라에 충성하고 성실한 일꾼이 되자는 계몽적인 내용을 담은 교가를 부르는 학교도 적지 않았다.

 

학교 안에 친일 기념물이 설치된 학교도 있었다. 경남고가 대표적이었는데, 안용백 흉상이 교내에 세워져 있었다. 안용백은 조선총독부 학무부에서 일하면서 내선일체를 찬양하고, 대한국민들을 선동, 회유해 일본 대동아전쟁 시 장병과 노역 등으로 내몰았던 인물이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이날 부산교육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해방 이후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탓에 학교 안에는 일제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기념물 등에 대해서는 친일인명사전, 부산역사문화대전 누리집 등 참고자료의 한계로 인해 부산시 차원의 전문적인 세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부산교육청에 학교 내 일제 잔재 전수조사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계획 수립 학교의 자발적 일제 잔재 청산운동 방안 강구, 시행 부산시와 협력해 부산시 내 일제 잔재 조사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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