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수업 펼친 교사, 성비위 교사로 몰려 직위해제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7/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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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수업 펼친 교사, 성비위 교사로 몰려 직위해제
“교육활동 침해” 항의 확산 일로, 성평등 수업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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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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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활동 침해” 항의 확산 일로, 성평등 수업 위축 우려

성평등 수업을 실천해 온 광주의 한 중학교 도덕 교사가 민원에 근거한 성비위 혐의로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 당했다. 이를 두고 교사의 교육 활동 및 교권침해라며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배이상헌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사과를 요청하고 있는 도덕과 교사     ⓒ지지하는 현장교사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성평등 수업 교사를 성비위로 내몬 교육청의 행정행위를 바로 잡을 것을 촉구했다

 

광주지부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710일 사유를 알리지 않은 채 배이상헌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했다. 해당 교사는 17일 진행된 학교 내 성고충심의위원회 간사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수업 중 발언과 자료로 활용한 영상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장이 상황을 조사-확인하고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성희롱 성고충 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어 가해 교직원에 대한 조치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5일 열린 심의위에서는 만장일치로 해당 사안이 성비위 아님을 결정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4일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가 진행한 도덕 교과의 성윤리성평등 단원의 수업 활동 중 일본군 위안부폄훼, 왜곡된 성 윤리, 성적 수치심을 주는 동영상 제시 등을 성비위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이상헌 교사는 사건을 인용하거나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수업 내용이 마치 본인의 생각인 양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진술에 대한 진위를 판단한 학교 심의위는 성비위 아님을 결정했다.  

 

특히 수업에 활용한 억압받는 다수(Oppressed Majority)’2010년 프랑스의 엘레오노르 푸리아 감독이 만든 11분짜리 단편영화로 2014년 유투브에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 각국에서 이를  구독했다. 수 많은 여성단체들이 이 영상을 성평등 교육자료로 추천하고 있다.

 

▲ 성평등 수업한 교사를 성비위자로 몰지 말라는 현수막을 들고 광주시교육청 앞에 모여 항의시위를 펼치고 있는 교사들     ⓒ현장 교사 제공

 

 전교조 광주지부는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직위해제 처분을 한 교육청의 행정은 교사에게 최소한의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 반인권적, 반교육적 조치다. 매뉴얼대로 성고충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해당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철회 등을 촉구했다

 

전국도덕교사모임도 지난 2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건을 광주시교육청의 민원 일변도의 교권침해와 교육활동 침해 행정으로 규정했다

 

광주교육청이 수업 활동에 대한 민원을 이유로 해당 교사에게 최소한의 사실확인과 소명 기회 조차 부여하지 않았고, 도덕 수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교과 수업을 성비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성윤리 단원 수업을 해야 하는 전국의 도덕 교사들에게 심리적·신분상의 압박을 가해 학교 현장의 성평등 교육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헌법> 31조 제 4항은 교육의 전문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5조 제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로 하여금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7조 제1항은 교원에 대한 민원, 진정 등을 조사하는 경우 해당 교원에게 소명 할 기회를 주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인사상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않으며, 2, 3항은 교원의 수업과 정당한 교육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 2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국도덕교사모임 소속 교사들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은 위 법 조항을 근거로 광주시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죄의 유무 판단에서도 지극히 상식적인 근대 인권법의 기본 원리를 위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성인식개선팀 관계자는 31, “어떤 사안이 생기면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다.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아직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배이상헌 교사는 성윤리, 성평등 관련 도덕 교과 수업 활동을 학생들이 불만이나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유로 성비위로 분류했다. 도덕과 교과서 집필자이면서 성실하게 수업하려 했던 교사가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성비위 교사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변 선생님들의 위기의식이 일파만파 확산 되고 있다.”는 말로 광주시교육청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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