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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걸어야 만들어 진다
페이스북 분회 모임 후기
 
김현희 · 페이스북 분회장(대전 상지초)   기사입력  2019/07/24 [11:26]

시작은 2017년 여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나는 페이스북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교육 구조와 문화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전에서 1인 분회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주위에 아는 조합원도, 조합의 실상에 대해 아는 바도 거의 없었다. 처음으로 페북을 통해 전교조가 처한 상황과 갖가지 비판들을 마주했다. 머릿속이 복잡해 오프모임을 제안하자 30명 가량의 조합원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관련 기사  http://www.ddanzi.com/ddanziNews/200880905  )

 

▲    2017년 9월 3일 딴지일보 벙커

 

고백하건데 이 모임이 끝난 후 나는 한동안 속병을 앓았다. 조합이 처한 현실의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나 복잡하고 거대했다.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긴 후기를 쓰며 나는 이렇게 글을 끝맺었다.

 

당장의 해결에 집착하지 말자. 먼저 현실을 직시하자. 상상하자. 사유한 적 없었던 영역으로 침투해가자. 그리고 교육자답게 존재로 말하자.”

 

이후 나는 작은 시도들을 거듭했다. 지부와 협력해 일을 벌이기도 했고, 학내 분회 활동에 집중해 보기도 했고, 조창익 전 위원장 인터뷰를 딴지일보에 싣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시도들에 단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전교조는 알면 알수록 간단히 평가하기 어려운 조직이었다. 또 학교 현장에 있다 보면 희망보다 암담함과 외로움이 짓누를 때가 더 많았다.

 

2019년에 만든 페이스북 분회는 이 작은 시도들의 연장선에 있다. 페친 선생님이 학내 1인 분회원으로서 외로움을 토로하는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학교 분회원은 올해 5명으로 대폭 늘긴 했지만, 지금껏 교사로서의 나는 어깨 위에 늘 외로움이란 짐을 짊어지고 살았기 때문이다.  

▲     2019년 7월 20일 페이스북 분회 모임

  

2019720, 우리는 대전에서 열린 페이스북 분회 오프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유쾌하고, 진솔한 분위기 속에 애정 어린 비판도 공유했다. 지금도 밝은 얼굴과 웃음 소리들이 귓가를 맴돈다.

 

이날 분회원 자격으로 참석한 권정오 위원장은 내게 새 것이 낡은 것을 이긴다고 쓰인 봉투를 건넸다. 그 문장에 동의하면서도 한편 이런 생각을 했다. 낡은 것이 있어야 새 것이 생긴다. 어쩌면 우리의 과제는 낡은 것을 낡은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일이다. 낡은 것이 낡은 것에 머물지 않으려면 과거의 영광 뿐 아니라 그간 겪어온 실패와 상처, 오류까지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험과 역사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의미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앞으로 페이스북 분회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2017년에 내가 뱉은 말과 글에 책임을 지는 과정, 나와 동료들이 마주한 외로움과 어려움을 어떻게든 해결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하나씩 깨닫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길은 원래부터 나있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눈 쌓인 길을 걷고 걷다 뒤돌아보면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발자국들이 길이 되어 만들어져 있듯 말이다.       

 2019년 7월 20일 페이스북 분회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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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24 [11:26]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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