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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도, 다른 이름, 여전한 착취
주장/ 산업현장 일학습병행지원 법률안에 반대한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기사입력  2019/07/19 [21:21]

우리나라의 직업훈련 관련 지출은 GDP 대비 0.3% 수준으로 GDP 대비 평균 0.6%의 예산을 직업훈련에 투입하는 OECD 평균에도 유럽 복지국가의 1% 수준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예산 투여 비율이 높은 이유는 국가가 일자리를 통해 복지를 실현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사회와 달리 우리 사회는 직업능력 향상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인식이 강해 국가의 일처럼 보이는 부분도 민간 부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재학생에게 산업현장 중심의 직업 훈련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학습병행제도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재학생이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재직자인지 미래 구직을 위한 훈련 중이니 구직자라고 할지 쉽게 답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일학습병행제 법률안에는 이러한 모순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학습공간으로 규정지어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킨 양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 고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강성란 기자

 

 

 박근혜 정부는 학벌, 스펙이 아닌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고용노동부는 기업 재직자들이 일을 하면서 학위와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선다. 일명 일학습병행제이다.


헌데 20154월 정부는 재학생 일학습병행제 확산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재직자 중심으로 일(임금 노동자)과 학습(학위 취득)을 병행하는 제도에서 시작되어 교육부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라는 문제적 정책으로 나타난다. 도제학교는 20159개 학교 503명에서 시작해 20193월 기준 누적된 참여 학생은 194개교 81998명에 달하며 누적 참여 기업 수 역시 14360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말을 종합하면 도제학교의 실체는 청년층의 조기 취업을 통한 한국의 청년 고용률 확대,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 단순 기술 인력 확보를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실상은 지금까지 3학년 1년 이내로 제한됐던 현장실습을 2학년 1학기부터 최대 2년간 가능하도록 한 편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도제학교는 산업체에서 일하면서 자격 획득과 고교 학위를 동시에 받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현장실습이나 기업 중심 직업교육과정으로 포장 해봐도 결국 질 낮은 기업에 조기 취업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제조업 등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튼튼학 해줄 인재를 키운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입시교육을 완화해 교육개혁이 성공적 돌파구를 마련한다고 했지만 도제교육은 청소년 노동자들을 저임금 비숙련 노동에 내모는 정책일 뿐이다.

 

지켜보는 교사는 걱정을 놓을 수 없다. 외주화와 간접 고용으로 점철된 우리의 산업 현장은 높은 이직률로 숙련된 선배로부터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 어깨 너머로 배운 직업 훈련은 체계적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도제학교는 기업 내 훈련교사와 훈련생을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들은 여타의 노동자들과 분리되지 않기에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 지난 4월 전남도교육청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전면 실태조사 보고 및 현장실습 대안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도제학교 운영이 학교 현장을 어떻게 황폐화 하는지는 2017년 강원도 00학교 선생님이 생을 마감한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낸다.

 

20시간 수업 등 기본 업무에 학생들을 받아줄 협력기업을 수소문 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기업체가 이 되고 학교는 이 되는 현실에서 학생 실습의 질은 담보되지 않는다. 학습에 집중할 시기를 놓친 학생들은 방과후 혹은 야간에 정식교육과정 수업을 받는다. 도제학교 정책은 도제교육을 실현할 수 없을뿐더러 학교 교육 역시 황폐화 시키고 있다. 그저 청년 노동자의 값싼 비용에 기대어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제도에 불과하다.

 

교육은 없고 질 낮은 노동 환경에 학생들을 내모는 이 같은 정책을 폐지가 아니라 법까지 만들어 운영해야하는 것일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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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9 [21:21]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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