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 옷맡겨라, 커피 타와라”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7/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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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 옷맡겨라, 커피 타와라”
전교조 부산·대전지부, 학교갑질 천태만상 고발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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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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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부산·대전지부, 학교갑질 천태만상 고발

아직도 교사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학교 관리자가 있다면? 

16일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가 부산지역 학교 관리자 갑질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전히 이 같은 학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은 626일부터 715일까지교육청 업무 메일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설문을 통해 수합된 갑질 건수는 총 584건이었다. 설문에는 초등학교 교사 569(40.58%), (국공립) 중학교 교사 291(20.76%), (국공립) 고등학교 교사 215(15.34%), (사립) 고등학교 교사 137(9.77%), 특수학교 교사 105(7.49%), 유치원 교사 44(3.14%), (사립) 중학교 교사 41(2.92%) 등 총 1412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갑질 유형별 급별 차이 보여,유치원 심각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급별에 따라 갑질 유형에 차이를 보였다.

휴가(연가, 조퇴, 외출, 지참)를 사용하는데 불편을 겪는 교사는 27.83%였지만 그 중 유치원 교사가 37.23%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사립고등학교 교사가 37.23%, 특수학교 교사가 32.38%, 초등학교 교사가 27.07%, 공립중학교 교사가 26.46%, 사립중학교 교사가 24.39%, 국공립고등학교 교사가 20.46%로 순으로 나타났다.

▲ 부산지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지역 학교장 갑질 실태를 조사 발표했다     © 부산지부 제공

 

반말이나 욕설 등의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교사는 응답자의 24.16%였다. 이번에도 유치원 교사가 37.12%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초등학교 교사가 27.17%, 국공립고등학교 교사가 25.36%, 국공립중학교 교사가 20.85%, 사립고등학교 교사가 20.74%, 사립중학교 교사가 20%, 특수학교 교사가 16.67%였다.

 

인사상 불이익 경험을 한 교사는 응답자의 18.54%였는데, 사립중학교 교사가 34.15%로 가장 많았고, 사립고등학교 교사가 25%로 뒤를 이었다.  

 

유치원 교사에게 “커피 타와라 

유치원장은 교사의 이름을 부를 때 반말로 부른다. 초과근무 신청도 주저하게 만들었고 무보수로 당직 근무를 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초과근무 시 발생하는 초과수당을 달지 못하도록 자택근무를 조장했다.

수업을 참관하거나 중단시키고 유아들 앞에서 교사를 질책하는 말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리자가 남아있으면 퇴근할 수 없어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게 한다거나 방학 중에도 교사 전체 출근과 당직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관리자들은 원을 비우는 경우도 있었다.

단설유치원 중일주일씩 교대로 8시 출근을 한 뒤 방과후 과정 유아가 모두 하원할 때까지 퇴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설 유치원의 경우 당장 필요한 교재와 교구를 구입하지 못해 교사의 사비로 사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했다.

 

세탁소에 옷 맡기라”는 초등학교 관리자 

교실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고 들어와 교실 정리를 시키는 관리자가 있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갑자기 들어와 학생들 앞에서 교사에게 반말로 이야기를 하는 관리자도 있었다. 교장이 학기 중 연가를 구두결재 했음에도 교감이 승인을 거부한다거나 관리자 취미에 맞는 교사동아리를 강요하는 일도 있다. 술자리 회식 참여를 강요한다거나 아파서 조퇴를 하려해도 허락하지 않았다.

 

교사에게 퇴근길에 본인의 옷을 세탁소에 맡겨달라는 등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교장도 있었다. 교장실에서 나갈 때는 뒷모습을 보이지 말고 뒷걸음질로 다니라고 하거나  학교 방과후 오케스트라 강사에게 주말에 있는 본인 자녀 결혼식 축하 연주를 부탁하는 관리자도 있었다. 교사들은 관리자의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붙이거나 하객들이 탈 버스의 간식까지 챙겨야 했다.

 

보조 교사에게는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까지 시켰다. 방학 기간에 밥짓기를 하게 한다거나 모임에 가져 갈 채소를 손질하게 하는 등의 일이다. 교무실무원에게 매일 아침 교장실로 다과를 나르게 하는 학교장도 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에 대해 험담하거나 소문내거나 무시하기 일쑤인 관리자도 있었다. 병가를 사용하려 한 교사에게 돌아온 것은 교장의 인격모독적인 발언이었다. 특정인을 향해 욕을 하거나 화분을 던지기도 하는 등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장 갑질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외에도 소외된 직원을 학교 관리자가 나서서 더 소외시키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립 중학교도 중재하는 척하면서 교장이 앞서서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는 학교도 있었다. 한 공립중학교 교사는 학교 관리자에게 임용 어떻게 붙었는지 모르겠다.”,“아이큐 100은 되는 것인지라는 인격비하적 발언도 들어야 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갑질 행태 근절 촉구

전교조 부산지부는 설문조사 결과이 대해 "학교 현장에서 관리자의 갑질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런 갑질 행태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부산시교육청에 대면결재 및 구두결재 강요를 금지하고 일선 학교 관리자에 대한 지도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상식에 어긋난 갑질을 저지른 관리자를 조사하여 엄정히 인사조치하고 갑질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하반기부터 공식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전지부 역시 대전 지역 146개 학교 267명이 응답한 갑질 사례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대전지부는 학교 관리자가 불필요한 사전 구두 결재를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3.3%가 그렇다고 답했고, 30%는 외출, 조퇴, 병가 등 휴가를 사용할 때 관리자가 사유를 물어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이 밖에도 인사(자문)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응답자 역시 23.6%나 됐다.

 

대전지부는 갑질 제보가 접수된 초등학교 6개교와 2개 고교 등 총 8개 학교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에 적극적 행정 지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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