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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기관’이지 ‘인력사무소’가 아닙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특성화고 도제학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2)
 
김형태 기사입력  2019/07/07 [15:46]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란 이론과 현장훈련을 결합한 독일·스위스의 도제식 교육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도입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와 회사를 오가면서 학교에서는 학업을, 회사에서는 현장중심의 기술과 업무를 익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견습한 회사에 취업할 수 있게 하자는 아주 좋은 취지의 제도이자 정책이다.

 

그러나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식하듯 잘못 도입하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과 후폭풍이 생기기 마련이다. 분명 독일·스위스와 우리나라는 교육 및 산업 환경이 다르다. 독일·스위스에서 도제교육이 잘 되고 있는 배경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과 승진에서 거의 차별이 없고, 비교적 대우도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튼실한 중소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중3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정은 직업학교로 2/3정도가 직업학교를 선택한다.(반대로 대학진학률은 20%, 스위스 인구의 10% 정도만 대학을 졸업, 청년실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7%) 오스트리아의 중학생도 80%가 직업학교에 진학한다.(오스트리아 고교의 경우, 대학 진학을 위한 일반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직업고, 이론과 실습을 모두 학교에서 배우는 종일제 직업고, 대학 진학 준비가 가능한 종일제 직업고 등 다양함)

 

독일과 핀란드의 대학진학률도 30-40%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만 잘 살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더라도 나름대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 수 있기에 굳이 대학에 가려고 기를 쓰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문대, 사이버대 등을 포함 80% 안팎이다. 우리나라 고교생의 대부분이 오로지 대학진학을 목표로 입시에 목을 매고 있지만, 유럽 선진국 고교생의 상당수는 적성과 특기를 살려 조기에 취업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컨대, 독일의 직업학교는 3~4년의 직업훈련 과정을 거치는데, 주당 2~3일은 학교에서 이론과 지식 위주의 공부를 하고, 주당 3~4일은 회사(공장)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 물론 현장 실습 수당은 견습하는 직장에서 월급형식으로 준다. 학생들은 공부하면서도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다고 한다.

 

독일·스위스 등 유럽과 전혀 다른 우리나라 교육환경 및 산업 실태 

그리고 독일이나 스위스는 마이스터(장인)가 아니면 학생들을 교육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도제교육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기업이 부담한다. 덴마크의 경우도 기업이 직업교육 관련 공공기금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낸다고 한다. 유럽의 직업교육이 중세의 도제교육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유럽의 기업들은 사내에 직무교육과정을 두었고, 이 직무교육 시스템이 현재의 직업학교, 도제학교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지원 못지않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현장 실무 교육이 직업학교에서 잘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 수립과 운영에도 기업과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기업 중심이 아닌 중앙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주도하는 사업이다. 많은 기업들은 관심도 없고 훈련비용 부담 등 투자는커녕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을 하고 있어 학생(훈련생)들을 귀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기업발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살펴보면 학교교사 지인의 회사, 도제지원관 지인의 회사, 동문들의 회사가 대부분이다. 즉 도제학교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이 되어 구걸하듯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받아달라고 인정에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필요에 의해 학생들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학교 교사들의 눈물어린 하소연에 의해 훈련생들을 받다 보니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영세업체가 많다 보니, 체계적인 현장훈련과 실무교육을 하기보다학생들을 대체인력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는 학생을 훈련생으로 기업에 파견했는데, 기업은 학생을 막 부려먹어도 되는 일꾼로 보고 훈련과 실습 대신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제학교는 독일·스위스 등 유럽국가와 우리나라의 환경과 정서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정치적 판단에 의해 시작됐다.도제학교는 청와대의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졸속으로 추진됐고 현장과 유리된 오늘날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예산만 쏟아 붓는다고 저절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채 어설프게 무늬만 도입하다 보니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손해와 부담으로 여기는 한 도제교육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특성화고 교사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외치는 문제는 도제학교 도입에 수요자인 기업의 사정과 환경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은 학교도 공단도 자선단체도 아니고 사업을 해 이익을 남기는 영리집단이다. 기업이 손해라고 여기면 도제교육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독일·스위스의 기업들은 본인들이 필요에 의해 도제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훈련비용도 투자하고  훈련된 학생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업환경과 정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전시행정 차원에서 너무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20159개교 학교에서 2017198개교로 몇 곱절 증가했다. 이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공급을 도제반 학생으로 보고, 수요를 도제 기업으로 본다면현재 공급이 10이라면 기업의 수요는 채 2가 되지 못한다.

 

공급(희망학생)은 넘치는데 수요(도제기업)가 적으니 공급을 담당하는 학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도제학교 관련 교사들은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인력사무소가 아님에도 이런 수요·공급의 불균형 논리에서 학교는 기업과 공단의 이 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은 가뜩이나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2년 뒤에 정직원으로 근무할 고등학생을 훈련생으로 받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산업인력공단에서 계속 나와서 시어머니처럼 사실상 감시·감독·간섭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기업이 기쁜 마음으로 학생 훈련생을 받겠는가.  

 

도제 관련 교사들에 의하면, “산업인력공단은 이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집단이 아니다. 전형적인 갑질, 관료주의에 찌들어 쥐꼬리만한 지원금을 빌미로 학생을 볼모삼고 회사와 학교를 압박하는 집단이라고 성토한다. 아울러 갖가지 규정, 중복되는 서류, 기업에 요구하는 강도 높은 규정 등 자기들이 하고 있는 것이 어떤 목적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가를 망각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산업인력공단은 도제사업 자체가 굉장히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청난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하는 일이라고는 예산 보내주고, 감사하고, 모니터링하고, 서류 준비하라고 하고... 이렇게 현실과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 전시행정만 하고 있으니 도제학교 입장에서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는 것이다. 산업인력공단은 도제학교에 대한 이른바 갑질’(걸림돌, 장애물 역할) 대신 도제학교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최우선으로 도제기업 유도 및 발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인력사무소가 아니다.

 

도제학교의 유형에는 주간정시제구간정시제가 있다. 주간정시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인근에 매우 큰 국가 산업단지를 가까이 두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수요-공급의 논리에서 수요가 구간정시제를 운영하는 학교보다 많은 편이라고 한다. 반면 구간정시제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도제기업이 30km 이상 떨어져 있다.

 

이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기숙사를 운영해야만 도제기업 참여가 가능한데, 문제는 채 50인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서 고등학생들을 위해 기숙사까지 운영하면서, 그것도 아주 단기간(2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실무교육을 한다는 게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도 모르면서 창원기계공고처럼 근처에 공단을 끼고 있는 도제학교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도제학교를 단순 비교하여 이런 저런 압박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산업인력공단은 도제학교로 예산만 내려 보내고 할일 다 했다고 큰소리 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자발적,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그 해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학교와 연결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일·스위스가 아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인력양성 여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출발하는데,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도제사업에 참여하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할 이유는 없다. 기업은 이익이 없는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을 원망하기 이전에 기업들이 도제사업을 하도록 방법을 찾고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학교는 도제교육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현실이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기자재 등 시설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아니다. 수당 조금 더 받기 위해서? 아니다. 학교장이나 관리자들이 도제학교 통해 성과를 내야 하니까? 그것도 아니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우리 교사들은 이 엄청난 어려움 속에서도 도제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우리 학생들을 위해 사명감 하나로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본교의 도제기업 참여회사들을 보면 100인 이상 기업은 거의 없다. 도제사업이 그렇게 좋은 사업이면 대기업과 공기업들은 왜 참여하지 않는가? 수도 없이 출장을 다녀보면, 우리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 중에서 학생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의 규모는 현실적으로 100~150인 정도의 사업장이다. 이것보다 작으면 복지와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그 이상이 되면 기술을 배운다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버튼맨이 되기 십상이다. 100~150인 정도의 기업들을 어떻게 하면 도제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것인가가 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한다. 도제교육하라고 학교에 아무리 예산을 지원해줘도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스위스의 도제교육은 기업에서 태동한 것이지 학교에서 태동한 것이 아님을 제발 고용노동부·산업인력공단 관계자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는 도제담당 교사들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기업이 도제사업을 부담손해로 여기는 이상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힘들다. 하루 속히 이익도움이 되도록 특단의 대책과 정말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독일의 경우 전체 기업(200만 업체)의 약 20%43만개 업체가 우리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학습 병행 직업교육에 참여하는데, 학생들이 실습·훈련 기간에 기업에 이바지한 것만으로도 투자한 교육비의 76%를 환수하는 효과를 본다고 한다. 또 해당 기업은 훈련생 중 3분의 2가량을 정식으로 채용한다고 한다.

 

직업교육과 도제교육은 정부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정부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섣부르게 도입해 큰 혼란과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이제라도 현장과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 교육논리와 영혼이 빠진 정치행정, 하향식 일방행정에서 벗어나야한다.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도제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속히 제정해 독일 등 유럽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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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7 [15:46]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