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행복합니다.”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19/07/09 [13:11]
참교육실천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전교조 인천지부 인명분회 20주년 창립기념식
강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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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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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인천지부 인명분회 20주년 창립기념식

지난 달 21일 오후 인천 인명여고 강당에서는 150여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한 전교조 인명분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늦게 도착해 이미 기념식이 시작된 강당 문을 열었을 때 눈앞의 풍경은 생경함 그 자체였다. 낯익은 지부 선생님들, 분회원, 연대 단체 활동가는 간 데 없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부터 2,30대 여성과 어린이들로 가득 찬 강당은 흡사 팬 미팅 장소를 방불케 하는 박수와 웃음이 넘쳐났다. 단체티를 맞춰 입고 이름표를 단 인명분회 조합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간식을 제공하고 기기를 작동하다가도 몸짓패 공연을 위해 무대 앞으로 불려(?)나갔다. 맨 앞자리에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 인명분회 조합원들의 익살스런 몸짓 공연은 큰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 인명분회 제공

 

19996월 분회원 21명이 구 가사실에 모여 인명 분회 창립식을 진행했다. 학교장의 전횡에 분노의 목소리가 커져갔고, 학교 비리로 관계자들이 줄줄이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었다.

 

당시 인명여고 2학년이었던 전지현 씨는 그해 인천에서 술집 화재로 고교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영업정지 상태에서 손님을 받았던 주인은 불이 나자 자신만 빠져나갔다. 인천지역 고교 학생회장들이 관련 성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생과에 불려가서 긴 시간 혼이 났다. 며칠 뒤 전교조 선생님이 임원들을 다 모이라고 하신 뒤 김밥, 떡볶이 등을 차려주시며 사고에 대해 어른으로 미안하다, 친구들의 죽음을 모른척하지 않았던 모습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편지를 주셨다.

 

그날의 편지가 오래도록 위로가 됐다. 분회 창립 30주년, 40주년도 축하할 수 있도록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 말고 오래오래 좋은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가장 먼 곳에서 온 참가자를 찾는 시간. 기껏해야 인천의 저쪽 끝 송도를 생각했다는 김준영 교사의 예상과 달리 세종시, 전라남도 광주에서 왔다는 졸업생이 손을 들었지만 선물은 미국에서 온 졸업생에게 돌아갔다.

 

인명분회 20년은 학교 민주화 투쟁에 골몰한 10, 분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 10년의 역사였다. 재학생-졸업생 멘토링 사업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정의기억재단, 인천 연탄은행과의 지속적 연대를 통해 분회 활동을 학교 밖으로 확장했다.

▲ 정의기억재단, 인천연탄은행 담당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에 나선 인명여고 분회원들     © 인명분회 제공

 

이 자리에 함께한 윤미향 정의기억재단 대표는 인명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든든하게 옆에 있어준 우리의 에너지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길원옥 할머니는 구성진 노래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창립기념식의 마지막은 정의기억연대, 인천연탄은행과의 협약서 체결 시간이었다. 두 단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인명분회에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을, 인명분회는 적극 참여를 약속했다.

 

인명분회는 창립기념식을 이틀 앞두고 조합원들이 담임으로 있는 10개 학급 학생들과 공동 학급동아리 활동을 기획해 나눔 기부 활동을 벌였다. 이날 수익금은 협약식을 마친 뒤 두 단체에 기부했다.

 

길원옥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 온 자리에서 전교조를 알게 됐다는 1학년 강지원노근영 학생, 선생님의 초대로 호기심에 왔다가 인명분회를 알게 됐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았다는 2학년 김혜란김다연 학생, 전교조는 잘 모르지만 존경하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왔다는 졸업생 최성은 씨, 의미있는 분회 활동이 존경스럽다는 졸업생 이혜지 씨 모두 마지막은 참교육의 함성으로를 불렀다.

▲ 한껏 달아오른 분회창립기념식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컷     © 인명분회 제공

 

팔뚝질을 하는 분회원들과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참가자들, ‘선생님 인생 샷 남겨야겠다.’며 휴대전화를 든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행사장 한쪽을 장식한 함께라서 행복합니다현수막의 의미가 전해졌다.

 

잔칫날 주인공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준 인명분회 송남규 분회장은 “20년 동안 지켜온 이 자리에 대한 자부심과 감격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서 지금처럼 학생들과 함께 빛나는 분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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