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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와 코끼리
 
김현희·대전 상지초 기사입력  2019/07/07 [14:27]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는 영어 관용구가 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라는 뜻이다. 사회가 금기시하는 주제일 수도 있고 문제의 해결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교조의 방에도 코끼리가 있다. 논의를 꺼리고 코끼리의 일부만을 확대해 엉뚱한 결론으로 치닫기도 한다.

 

코끼리의 다리부터 시작해보자. 사회는 고도화, 다변화되었다. 전교조 창립 당시 교육계는 독재, 부정부패, 야만적 교육환경으로 고통 받았다. 지금은 과중한 사무행정업무, 관료적 통제, 교육 활동 침해, 교원들의 무기력과 싸워야 한다. 세대도 변했다. 나는 2000년 대 초반 학번인데 최루탄은 구경조차 못했다. 일반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90년대 후반 학번 운동권 선배들을 구경한 마지막 세대고, 교육대학교에서 본 건 임용TO투쟁이 전부다. 20대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환경이 바람직했느냐의 문제는 차치하자. 일률적인 강경 투쟁 방식은 당위와 효과 차원을 떠나 새로운 세대에겐 익숙하지 조차 않다. 젊은 세대들은 자기 밖에 모른다는 꾸지람,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비판으로도 현실은 달라질 수 없다.  

 

코끼리 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자. 지난 626MBC 뉴스는 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을 앞두고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눈물이라는 꼭지를 보도했다. 조리종사자들에게 교사 회식 안주를 만들게 한 사례, 식재료를 훔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사례 등이 소개 되었다. 침소봉대라 주장하는 교사들의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전교조 서울지부는 ‘MBC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논평을 냈다. 과거의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본질을 흐리는 자세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정작 중요한 코끼리는 말하지 않는 듯 보였다. 교사들과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일심동체인데, 사악한 언론이 이간질을 한걸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는 교사, 교육공무직, 방과후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다양한 직종이 존재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특정 업무를 교사가 할 것인지, 행정직이나 공무직이 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과 분쟁이 흔히 발생한다. 방과 후 수업과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자는 주장은 교사들의 중론이다. 반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고, 교육청 직접 고용을 주장한다. 영어회화전문강사직 또한 그렇다. 대다수 교사들이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한다. 애초 언론이 갈라치기를 한 게 아니다. 교사와 교육공무직, 학교비정규직은 이미 갈라져 있고 입장 차이가 분명한 의제들이 상당히 많다. 각 주체들 간 대화와 논의의 출발점은 이를 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코끼리의 몸통은 민주노총과의 관계다. 일부 조합원들은 전교조가 누구의, 누구를 위한노동조합인지 묻는다. 전교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모두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란 사실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생겨난다. 앞으로 교사와 학교 내 다른 직종, 학교 밖 세력이 충돌할 사안은 늘어날 전망이다. 학교가 교육과정과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관점, 학교를 사회의 공적 이상을 추구하기 위한 존재로 보는 관점은 다르다. 지금이야말로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관계, 민주노총 산하 다른 노조들과의 관계 범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원칙적으로 모든 원만하고 장기적인 관계 맺기의 핵심 중 하나는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나는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결국 코끼리의 피와 심장은 전교조의 정체성 문제로 향한다. 노동조합의 성격은 크게 빵과 버터 노조주의사회정의 추구 노동조합으로 나뉜다. 전자는 임금과 처우 개선을 주요 의제로 삼고 영리 단체적 성격이 강하다. 후자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공동체를 강조하고, 비조합원과 조합 외부까지 노조의 전략을 확대한다. 완벽히 이분화하기는 어렵지만, 민주노총 산하에는 빵과 버터 노조가 존재하고, 전교조는 전통적으로 사회 정의 추구 노동조합의 성격이 강했다. (성격이 다를 뿐 모두 필요하고, 정당한 노동조합임은 물론이다)

 

거칠게 분류하면 교육공무직 노조는 빵과 버터 노조에 가깝다. 이번 파업도 노동운동이라기보다 무기계약직의 임금 인상, 공무직 신분 보장이라는 권익 향상 투쟁에 가까웠다. 전교조는 사회 정의 추구 측면에서 연대했지만, 이것을 빵과 버터 투쟁으로 보는 일부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이는 애매하고 불합리해 보일 수 있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은 전체 사회 정의 실현과 연결되고, 이에 대한 요구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최근 불거진 일부 조합원들의 항의와 탈퇴 사태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성격의 근본적 차이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우리의 과제는 관성적인 태도를 버리고, 조합원들의 이익 추구 욕망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물론 말과 원칙에 동의하기는 쉬워도 관습을 타파하고 실천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어렵다. 모두가 정의와 공정, 사태의 본질을 말하지만 방향은 제각각이다. 격변의 시대에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마주한 조합에게 지금 당장 답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가혹할 것 같다. 하지만 시작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말 것. 그리고 함께 코끼리를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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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7 [14:27]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