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졸업생 “상산고는 ‘의대사관학교’로 획일화”

최대현 | 기사입력 2019/06/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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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졸업생 “상산고는 ‘의대사관학교’로 획일화”
사걱세, 녹취증언 공개 “학벌위주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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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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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걱세, 녹취증언 공개 “학벌위주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

 

▲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 누리집 화면. 전북교육청은 운영성과 평가 기준점수인 80점에 미달한 상산고를 대상으로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 교육희망

 

오로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획일화된 학생들의 공간 상산고에서는 다양성은 커녕 학벌주의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이 가득했다.”

 

전북도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결과 지정취소를 받은 전북 상산고의 한 졸업생은 이렇게 자신이 다닌 학교를 회고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 2820162월 상산고를 졸업한 한 대학생의 증언을 공개했다.

 

이 증언은 사걱세를 중심으로 만든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8월 진행한 특권학교 폐지 목요집회에 참여한 졸업생의 발언을 녹취해서 푼 것이다.

 

이 졸업생은 자사고를 두고 전국에서 모인 인재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열린 교육의 장이라며 학교를 홍보하지만그 안에서 다양성을 찾기는 힘들다. 제가 다닌 상산고는 구성원이 서울, 부산, 제주, 광주, 강릉, 전주 등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돼 있었지만, 그 구성원은 전국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획일화돼 있다.”라며 한마디로  상산고  재학생들은 의대 진학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가정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있는 집단이었다. 이는 물론 의대사관학교라는 상산고의 별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합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경쟁과 대입압박에 상처받고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대다수 학생에게 일상이었다.”라고 술회했다.

 

이어 이 졸업생은 제가 상산고를 다니면서 체험한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 의식과 경쟁 의식이었다. 매번 중간고사, 기말고사 보면서 발표된 등급들, 수행평가 점수들 보면서 스스로 서열화하고 경쟁의식을 느끼고 패배감이 들었다. 전국에서 1, 2등 한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꼴등하고 앉아있는 것이 정말 큰 상처로 자리 잡았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 졸업생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상산고 졸업생들의 대다수는 재수한다. 삼수한다. 사수도 한다. 의대 가려고. 얼마 전에 삼수해서 소위 스카이 대학에 들어간 친구는 반수한다고 한다. 의대 가야 하니까. 끊임없이 학교 안에서 인정 투쟁의 일환으로 있었던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서 의대 타이틀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착취한다. 그게 다 상산고라는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 패배감과 경쟁의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졸업생은 이제 대학을 넘어서 고등학교에서도 서열이 매겨지고 있다. 전국 자사고에 대한 서열은 어느덧 사회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전국의 고등학교는 일반고-자사고-특목고 등으로 나뉘고 이는 또 철저히 서열화된다. 고등학교에 있어서 학벌주의가 발현된다는 것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분리교육기관임을 방증한다.”라며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상위권 성적과 상층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유하는 계층의 학생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기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졸업생은 자사고와 특목고의 특성화 교육은 획일화되고 편협한 입시 기계 양성을 통한 계급 재생산 혹은 중산층 가정의 꿈같은 신분 상승 신화 실현에 불과하다.”라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정 계층에게만 열려 있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신분 상승이 불필요한 평등사회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성화 교육을 통한 엘리트 양성이 아니라학벌주의 입시경쟁의 극복과 이를 통한 학생 개개인 모두가 특성화되는 교육이다. 교육개혁의 첫 단추가 바로 특권학교 폐지라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산고 졸업생의 상산고는 의대 사관학교라는 증언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사고 정책 취지는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만들어 다양한 인재를 키우는 것인데, 상산고 졸업생은 압도적으로 의대를 간다.”라며 한 학년이 360명인데, 275명이 의대를 간다는 것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김 교육감이 상산고 졸업생의 의대 진학 인원을 특정한 근거는 상산고가 교내 게시판에 내건 ‘2019학년도 대입 합격자현황이다. 이 현황표를 보면 의예과가 208명이고, ·한의예과가 67명이다. 이 두 인원을 합하면 275명으로 넓은 의미로 의대로 진학한 게 사실이다.

 

더불어 상산고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이른바 서울의 명문대 진학 현황 인원도 명시했다. 교육과정 다양화 등으로 시작한 자사고가 스스로 명문대와 명문학과 진학 현황을 보여주기식으로 게시한 자체가 입시기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상산고측은 김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중복으로 합격한 중복 합격자를 합한 것이고 재수와 삼수 합격자들도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국중학 상산고 교감은 전화 통화에서 “수시에서 여러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중복돼 있고, 재수생과 삼수생, 학부를 졸업하고서 취업난으로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면서 “최종 합격자 수를 파악하긴 어렵다. 의예과 208명 가운데 45% 정도가 재학생이고 이 가운데 수시 중복을 한 인원을 제외하면 60~70명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 현황 게시 이유에 대해서는 국 교감은 “재학생들이 선배들의 진학 현황을 궁금해 하고 학부모들도 그렇다. 학교입장에서는 학생 선발을 해야 하는데,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대학입시 성적이다. 이를 꼭꼭 숨겨놓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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