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기사쓰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도제학교 정책'인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특성화고 도제학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1)
 
김형태   기사입력  2019/06/25 [13:14]

도제(徒弟)’란 특별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장인으로부터 받는 직업교육이다. 다시 말해, ‘도제교육은 중세 유럽 길드(guild : 상인과 수공업자의 동업조합)에서 장인(匠人)의 가르침에 따라 후계자를 양성하던 제도로, 단순히 기능과 기술만 배우고 익히는 게 아니라, 전인적(全人的) 직업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비교적 도제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1월 스위스 베른의 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한 뒤, ‘학교 중심의 우리나라 직업교육과 산업현장 중심의 도제식 스위스 직업교육의 강점을 접목한 새로운 직업교육 모델을 창출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으며 엄청난 예산을 미끼로 충분한 준비나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갑작스럽게 도입했다. 실제로 2014년에 434억원을, 그리고 2016년에는 시행 첫해의 8.1배에 달하는 352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식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면서, 특성화고 1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선정해 2학년부터 학교와 산업현장을 오가며 교육 훈련을 받는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법적 근거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시작한 졸속정책

 누가 봐도 교육 논리를 외면하고 정치 논리에 입각한 졸속정책, 전시행정이었지만도제학교가 청와대의 관심 사업(2016년 박 대통령 도제학교 운영 중인 인천기계공업고 방문)이자, 박근혜 정부의 ‘6대 교육 개혁과제에 포함되면서 첫해 특성화고 9개교로 시작한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늘어 2016년에는 60개 특성화고로 확대되었고, 2017년에는 전국적으로 198개 특성화고가 도제학교 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올해 3월 기준 참여자가 도입 5년 만에 8만 명을 넘어섰으며참여 기업도 20141897곳에서 20153604, 2017년에는 9000여개, 그리고 올해 3월 기준 14000곳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전승환 외,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일학습병행제 이슈분석 및 진단 자료에서 인용)

 

그러나 밥을 너무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우수 기술·기능 인력 양성을 통한 고용률 확대를 목표로 도입된 도제학교가 과연 그 취지와 목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 20169월 국회예산처 보고서에 의하면일학습병행제는 고비용임에도 중도탈락자의 비율이 높아 예산집행 부분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 도제학교 10 16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실습교육 내용과 기업체 교육 훈련의 연관성이 없다는 응답이 무려 43.8%(70)였다. 상당수 학생들이 파견 기업에서 전공 관련 업무가 아닌 단순한 청소, 잡일 등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하다 다칠 수도 있겠다는 응답이 65.8%나 됐고, 자신이 산업재해를 당했거나 함께 일한 친구가 산재를 겪은 경우도 10%에 달했다. 파견 학생들이 말하기를안전장비로는 목장갑, 작업복 등 단순 작업 도구만을 지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안전교육 및 안전관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후 교육 시민단체 및 몇몇 언론에서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특히 촛불 정부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 적폐 및 구태 청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도제교육이 원점에서 크게 달라지고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체 파견 학생들의 실습내용, 전공과 무관한 청소와 허드렛일, 43.9%’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4월 전남교육청의 실태조사(전남지역 16개 학교에서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644명 중 428(75%)을 대상)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도제 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은 청소 20.4%, 허드렛일 12.1%, 기타(페인트칠, 크레인 조정, 본드 칠하기 등) 43.9%였다고 한다.

▲ 지난 4월 전남도교육청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전면 실태조사 보고 및 현장실습 대안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 전남도교육청 제공

 

 

38.3%학교의 전공 수업과 기업의 실습내용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응답했고, 많은 학생들이 도제교육에 크게 실망한 나머지 53.2%도제 반을 다시 선택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또한, 65.2%일하다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고, 실제 ‘일하다 다친학생이 33.7%나 됐다. 그러나 산재보상을 받은 경우는 산업재해 피해 학생 중 25.5%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도움이 안된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학교는 학교대로 기업체 발굴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왜 우리에게 떠맡기느냐고 불만이고, 이것을 아는 교육청과 교육부는 교육 예산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뒷짐 지고 있다.고용노동부는 예산을 그렇게 많이 주는데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하느냐고 호통치고...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의 실태 및 현실이 이렇게 심각하다 보니,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탈바꿈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학생을 비롯하여 교육주체 및 학교현장은 임계점에 다다랐는데, 정작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들은 언제까지 이 문제를 시간 끌기, 폭탄 돌리기할 것인가? 모두들 어느 때까지 남 탓하듯 복지부동만 하고 있을 것인가? 교육부, 교육청,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들은 하루라도 속히 학생과 현장 교사, 그리고 기업체 관계자, 전문가들로 대책위원회를 꾸려문제점이 무엇인가 정확히 진단하고 바람직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실험용 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도제학교에 대한 전수조사와 현장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전남교육청 실태조사 TF학생 실태조사 결과 도제학교 참여 분야와 주로 하는 일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아울러 도제학교 참여 기업의 노동 안전 실태점검도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교사 75%기업체 주도의 도제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고, ‘도제반 운영에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토로한 교사도 43.8%에 달했다고 한다.

 

도제학교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학생은 실험용 쥐가 아니다!

특히, 2017년 제주도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에 깔려 사망한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 이상영 씨도 지난 5일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일학습 병행 도제 제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면서 왜 특성화고를 도제학교로 지정해 학생들을 노동자로 만들어야 합니까? 일 학습병행 도제학교 제도를 없애주십시오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현실을 아는지 알고도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오히려 도제학교 확대와 법제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산업현장 일 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20166월에 발의했고, 이듬해 9월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올해 3월 환경노동위원장 수정안으로 병합처리 돼 상임위 문턱을 넘었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일 학습 근로 기간이 끝난 학습근로자가 일정 수준의 평가에 합격할 경우 국가 자격을 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동안 전교조 등 교육단체에서는 법적 근거도 없이 도제학교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산업체로 파견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제학교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다급한 마음에 예산을 앞세워 아무런 법적인 근거 없이 밀어붙인 졸속정책이고, 정치 논리에 근거한 전시행정이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책실명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가?

 

이 정책의 무리한 시행으로 강원도의 한 공고 도제 업무 담당 선생님이 학생을 받아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또한 교문 현답(교육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을 실천하는 차원에서라도 도제교육을 전반적으로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근본적으로 손봐야 할 것이다.

 

당초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학생들에게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 우수한 인재를 충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라고 큰 소리쳤는데, 5년도 안돼 왜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대체 어떤 것이 걸림돌이고 무엇이 장애물인지 정확히 찾아내, 우리나라 학교와 산업 현실에 맞는 바람직하고도 효율적인 개선안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구태와 적폐청산 차원에서 과감하게 혁신하고, 우수 기술·기능 인력 양성을 통한 고졸 고용률 확대라는 장점은 십분 살려 나가는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을 펼칠 때, 학생 등 교육 주체와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기업체 등 경제계도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보낼 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6/25 [13:14]  최종편집: ⓒ 교육희망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