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피켓 시위 365일차, 참교육동지회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6/21 [17:02]
뉴스
청와대 앞 피켓 시위 365일차, 참교육동지회
"아직도 법외노조라니, 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김상정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9/06/21 [17:0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아직도 법외노조라니, 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굳이 그늘을 찾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621일은 조희주 퇴직교사와 참교육동지회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하라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지꼭 365일이 되는 날이다. 그러고 보니 불과 하루 전에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은 강렬한 햇빛으로 나무 그늘 하나 없는 곳이었다이 곳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다 맞이한 것이다. 집과 학교, 그리고 세 번의 해직기간 동안 근무했던 전교조 사무실 말고 사계절을 맞이한 장소가 한 곳 더 늘었다. 365일 청와대 앞 피켓 시위의 주역, 조희주 교사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18622일 1인 시위 피켓을 들었고 벌써 1년이다. 당시 조희주 교사의 마음 속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때마침 전교조는 61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퇴직교사인데 혼자서 뭔가 할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시작한 것이 청와대앞 1인 시위였다. 그 소식이 알려지자 퇴직교사들이 한명 두명 모이기 시작했고, 1인 시위는 참교육동지회 차원으로 확대됐다. 80을 훌쩍 넘은 원로교사들도 1인 시위에 함께 했다.

 

▲ 지난 해 7월 25일 참교육동지회 회원 9명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며 집단삭발했다.     ⓒ 최승훈 <오늘의 교육> 사진 기자

 

지난해 725일에는 참교육동지회 회원 9명이 법외노조 취소,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까지 했다. 그렇게 2018년의 마지막 날이 왔다. 2019년을 또 전교조가 법외노조인 상태에서 맞이해야 했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12월 31일 밤 11시 30분부터 다음 날인 1월 1일 0시 30분까지 공무원 노조 해직자들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 12월 31일 밤 11시 30분부터 2019년 1월 1일 0시 30분까지 공무원노조 해직조합원들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 김상정 기자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2019년의 시작을 알리는 재야의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때. 참교육동지회 회원 조희주 교사와 김재석 교사는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한 시간이었고 이틀이었지만 햇수로 2년이기도 했다.

 

조희주 교사는 2014년에 정년퇴임했다. 법외노조 통보가 2013년이었으니, 30년 전 결성 때도 전교조는 불법 노조였고, 법외노조인 전교조에서 조합원으로 정년퇴임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이했고 법외노조 통보 7년 차가 됐다.

 

▲ 오전 11시경, 참교육동지회 윤한탁 대표와 정해숙 회원이 365일차를 맞아 청와대 앞을 찾았다. 이 날은 윤한탁 대표의 오랜 지인도 동행했다.     ⓒ 김상정 기자

 

창립 30주년인데도 불구하고 전교조가 아직도 법외노조라니, 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조희주 교사는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로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어서 이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원로교사들이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365일이라고 여기저기서 또 한명두명 발걸음을 한다. 윤한탁 참교육동지회와 정해숙 퇴직교사는 지근거리에 있는 청와대를 바라보며 사랑채 앞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근황을 나눈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이 정부가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실시하기를 바란다. 다 80이 넘은 사람들이 오늘 나와서 늙은 힘이나마 전교조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부당함을 성토하기 위해서 1인 시위를 하는 겁니다. 빨리 법외노조 취소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윤한탁 교사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위해 집회와 1인 시위 등 갈 수 있는 곳에는 힘이 닿는 한 계속 참석했다. 그 때마다 계속 해 왔던 말이다. 법외노조가 취소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할 말이다.

 

법외노조가 된 지무려 7년 차,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었다. 전교조가 교육개혁을 위해 참 할 일이 많은데 정부는 그 일을 못하게 전교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희주 교사는 그게 가장 안타깝다. 법외노조가 취소되어야 다른 여러 교육개혁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고 일궈나갈 수 있는데 말이다. 이게 퇴직교사들이 모두 함께 1년 동안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1인 시위 365일차를 기념하여 함께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오전 11시 이른 시각이라 숫자는 많지 않다. "조금 있으면 김재석 동지가 오는데...."조희주 교사의 말이다.     ⓒ 김상정 기자

 

365일이 되는 날인 621일은 마침 민주노총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구속될 위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조희주 교사는 한숨과 분노가 함께 인다. 그는 1년간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철거민들,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주로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이었지만,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 민중들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1인 시위자들이 더 많아졌나 싶기도 하고 역사가 진보해야 하는데 후퇴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희주 교사가 1년간 본 청와대 앞 풍경이다.   

 

피켓을 들고 있는 조희주 교사 주변으로 함께 나란히 서서 시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 삭발을 했던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 옆으로 구로구항동초등학교 관통하는 지하고속도로 즉각 철회하라. 무늬만 정규직! 용역보다 못한 처우 생태원은 각성하라(단식 31일차) 현대중공업 자본 합작품 물적분할 불법주주총회 원천무효하라. 국가보안법 71, 철폐하라 이석기 전의원 석방 등이 서 있다. 그 앞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헌법파괴! 교회 파괴! 동성애 지지! 주사파!”라는 작은 구호 아래 큰 글씨로 문재인인 하야하라!”는 제목의 플랑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교육동지회 청와대 앞 피켓 시위 365일차인 621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의 모습이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참교육동지회, 365일차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메인사진
[만화] 새학기는 늘 새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