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 100명이 청와대 앞 집단 삭발한 이유는?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6/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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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 100명이 청와대 앞 집단 삭발한 이유는?
청와대, 공공부문 정규직화 공약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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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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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공부문 정규직화 공약 지켜라

청와대 앞에서 100명의 노동자가 삭발을 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퇴직을 앞둔 노동자도,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딸을 둔 엄마도 삭발을 했다. 모두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다. 취업을 앞둔 딸은 엄마의 머리를 직접 깎아주러 청와대 앞을 찾았다. 특성화고 졸업생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머리를 직접 깎았다. 이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이미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서울지부장의 말에 그 답이 있다.

 

▲ 6월 17일 오전 121시 30분 경, 청와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명이 집단 삭발을 했다.     © 김상정 기자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은지금 우리가 정신차리고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삶처럼, 우리들의 삶처럼 잘못된 것들이 무한 반복될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는 일이 아닐까요?”

 

동료의 긴 머리를 한줌 한줌 깎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삭발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617일 오전 1130분경청와대 앞은 그렇게 한 명 두 명의 울분이 모여 눈물 바다가 되었다.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은 아스팔트 위에 깔린 대형 비닐 위를 가득 덮었다. 이렇게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인의 집단 삭발3년 차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하는 상징적 자리가 되었다.

 

▲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청와대를 뒤로하고 진행되는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집단 삭발식에 참가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김상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학비노조는 2019년이 대통령의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받아낼 마지막 해라며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 수준인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을 80% 수준까지 올려 달라는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80%의 공정임금제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 87쪽에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 교육공무직에 대한 법제화 요구도 이어졌다. ‘교육공무직법201610100명 남짓한 국회의원이 동참했던 법안으로 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대표 발의했다.

 

▲ 돌봄전담사인 안종화 교사는 정부의 돌봄정책 확대 정책에 따른 돌봄노동자의 처참한 노동 실상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돌봄전담사는 2016년 기준 1만 2천 58명이다.     © 김상정


현재 학교비정규직의 법적 사용자인 시도교육감들에게도 “2달 째 계속되고 있는 집단교섭 파행의 책임은 권한 없는 교섭위원들을 내세우고 뒤에 앉아 있는 시도교육감들에게 있다”면서 “7월 무기한 총파업으로 사용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전국여성노동조합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는  14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파업찬반투표 결과 발표 및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파업찬반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의 89.4%가 찬성표를 던졌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일 이상  전국적으로 진행될 이번 총파업에 대해 역대 최장기간·최대규모 파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업 시작일인 73일은 전국 조합원들이 서울로 모여  파업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 학비노조는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위한 농성장을 지날 때는 전교조 교사들이  응원의 함성과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들의 응원에 환한 웃음을 보였다.     © 김상정 기자

 

7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요 구호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학교비정규직 공정임금 쟁취임금 차별을 넘어 사회적 신분 차별 해소공공 비정규직 총파업으로 노동개악 저지와 정규직화 쟁취비정규직 철폐로 소득양극화 해소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노동자 참여로 실현정규직 대비 80% 임금, 공정임금 실현최저임금 1만원, 기본급 209만원 시대 쟁취교육공무직 법제화로 그림자 신분 끝장내자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자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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