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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어른이 된다는 것
 
이한결 · 제주 애월초 기사입력  2019/05/31 [08:17]

 #1. 어렸을 때 기억 한 조각
 시장 입구에 서 있는 건물, 케케묵은 냄새, 노란 장판과 수많은 책이 꽂혀있는 책장. 그곳에서 뒹굴면서 놀았던 나.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간 그곳. 나는 전교조와 그렇게 만났다.
 
 #2. 초등학교 5학년, 나의 첫 단식
 아버지가 집에 오지 않는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다른 때랑 다르게 근심 어린 표정이 떠오른다. 며칠 후 나는 동생과 함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천막, 덜덜거리는 갤로퍼 배터리로 켜져 있는 전등, 침낭, 여러 가지 현수막의 글씨들. 뭔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춥고, 힘들게 그리고 밥을 먹지 않고 싸우고 있다고 했다.
 '단식투쟁'. 나도 그날 아버지에게 힘이 되고 싶어 저녁을 거르고 베란다로 가서 얇은 이불 하나 두르고 잤다.

 

 #3. 어른
 어렸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떼쓰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교사가 되어서도 신규 때는 아이들에게 핏대 세워 목소리를 높여가며 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원하는 상황을 이루기 위해 '힘'을 사용했다. 경험을 쌓아가며 '힘'쓰는 것의 단점을 본다. 내 말보다 더 세게 나오는 아이, 아예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 움츠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등등.
 요즘에는 내가 원하는 것만 말하는 데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며 이야기하고, 아예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때론 마음을 비워 기대 수준을 낮추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나를 존중해주는 경험을 한다.
 이처럼 조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작년, 휑한 지부장님의 머리를 보았다. 삭발투쟁을 하셨다. 20년 전에도 투쟁하고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참교육의 한길을 닦은 피와 땀은 지금의 진보교육감 시대를 낳았다. 그리고 법외노조라는 상황에서 생존권을 위해 투쟁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교조라는 조직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조직들보다 선배인 전교조가 다른 조직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조직도 나이가 들고, 시대도 변화해 가고 있다. 나도 나이가 들어 어느새 아빠가 되고 어른이 됐다. 내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친구에서 아내와 아이로, 선배 교사만 있던 상황에서 나를 따르는 후배 교사들도 많이 생겼다. 결국, 단순히 함께하는 사람의 숫자가 는 것이 아니라 책임져야 할 무게도 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할 그릇도 나이만큼 커졌다는 것, 커진 만큼 어른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4. 아이와 함께 가는 사무실
 지난 주말도 아이와 손을 잡고 사무실로 갔다. "아빠 ~ 회의해? 삼촌들 오지?" 30년 뒤 이 아이는 전교조를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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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31 [08:17]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