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설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설]탄원서 민원 '정의로운 결과' 기대
 
교육희망   기사입력  2019/05/03 [15:20]

 탄원서 용지를 앞에 두고 조합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봄빛 완연한 탄원서 용지만으로 전교조의 봄이 오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펜을 들고 한참을 망설인다. 내가 쓴 한 글자, 한 글자가 당신들의 판단에 결정적 동기 부여를 하리라는 부담마저 느낀다. 어떤 해결책이 남았을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일까? 법외노조를 벗으면 무엇을 할까?
 각자 머릿속에 맴도는 다양한 질문에도 요구는 한결같다.
 '법외노조 직권취소!'


 사람들은 예언했다. 다시는 1987년 같은 한 목소리의 국민적 요구가 표출되지 않을 거라 했다.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비극은 화려한 조명아래 감춰진 부조리를 파헤쳐 올렸다. 2016년 촛불은 거센 파도를 일으켰고, 정권을 바꾸기에 이르렀으며, 자리에 함께한 모두는 역사의 한 쪽을 장식했다. 촛불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탄생 3년째, 전교조의 시계는 여전히 6년 전에 멈춰있다. 그간 흩뿌려진 법외노조 취소의 약속이 여러 번, 조합원의 기대도 피고 졌다. 6년 동안 차가운 도로 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청와대, 법원,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많은 이들이 1인 시위에 동참했고, 지도부는 세 차례의 삭발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단식을 감행하며 결기에 찬 투쟁 의지를 보여주었다. 조합원들은 매번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명지에 이름을 올리기 수차례였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하던 말이다. 상식적이지만, 비상식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했던 말. 국가의 근간을 상식으로 다시 세울 수 있으리라 기대를 주는 말. 그래서 더욱 가슴 깊이 박혔던 말이다.  
 전교조는 30년 역사에서 교육의 파트너로서 공평한 기회를 보장 받은 적이 있는가? 아이들의 행복을 꿈꾸며 교육 현장의 불합리에 맞서 학교를 바꾸어 낸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전교조에게 교육정책의 파트너로서 공평한 기회를 제안하지 않았다. 또한 우여곡절 많은 서른 살 청년 전교조의 삶에 공정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1989년 노조 설립 후 무수한 희생을 치르고 얻은 10년만의 합법화, 그 후 최근 6년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 번의 합법과 세 번의 법외노조를 오가다 결국 법외노조의 상황에 놓여있다. 국정농단의 증거 앞에서도 풀릴 줄 모르는 법외노조, 전교조는 정치 논리에 따른 불공정함이 만들어낸 '0순위 희생양'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했다. 아니, 기대하고 있다. 
 법외노조 취소 투쟁의 막판 고지를 향해가며 조합원 탄원서 제출을 결의했다. 지금껏 없었던, 한 사람씩 만나 취지를 공유하고 그들의 정성어린 자필 탄원을 받아내는 일이 결코 쉬운 투쟁은 아니다. 그리고,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에서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다. 권역별로 동료들을 대신해서 탄원서 민원을 제출하기 위해 청와대로 모였다.


 첫날은 더운 봄볕 아래에서, 둘째, 셋째 날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탄원서가 젖을까 자신의 옷이 젖는 줄도 몰랐다. 지부, 지회, 분회 조합원의 대표 자격을 위임받아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왔다. 3일간 릴레이 탄원서 민원제출에 7만 2535명이 함께 했다. 민원 접수를 받았으니 답변을 하는 것이 민원처리의 당연한 절차이며, 성실한 답변은 책임자의 의무이다. 더구나 대표성을 가지고 청와대로 접수한 민원의 무게에 견주어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법외노조 직권취소'라는 정의로운 결과로 답하길 주문한다.


 태풍의 눈과 같은 5월이다. 5월 25일 전교조 30주년 교사대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긴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이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했던 약속들을 마냥 미뤄둘 수 없다. '숨, 쉼, 삶'이 가능한 교육을 위해 제시한 아동건강권 및 교육권 의제들도 하나씩 풀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 걱정 없이 믿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책, 경쟁을 넘어 생각과 공감의 힘을 키우는 교육, 교육공동체의 성장을 실현하는 학교의 비전을 토론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는 합법의 울타리에서 교섭을 통해 공고한 기초를 세울 수 있는 일들이다. 하루하루가 투쟁 현장인 학교의 모든 조합원들이 '정의로운 결과'의 반석 위에서 새로운 30년을 그려볼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5/03 [15:20]  최종편집: ⓒ 교육희망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