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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와 함께라서 감미롭다
내년 2월 정년 앞둔 조합원
 
유승준 · 충북 송면중   기사입력  2019/05/03 [09:32]

올해 운이 좋아 정년을 앞두고 지회장과 담임을 한다. 전교조를 건설할 때인 30년 전에도, 지회장과 담임을 했다. 그때는 담임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미안했고 아쉬웠다. 올해 담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는 시간에 지회장 일을 한다. 이번에는 미안하고 아쉬운 일이 없기를 바란다. 30년 전 우리 반 학생들은 나를 안타까워했고,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학생들은 나를 통해 넓은 세상과 이어짐을 뿌듯해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누렸다면 참 좋았겠지만.


 학생만이 아니라 나 또한 전교조를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이어졌다. 내 수업과 학급을 지키려 했던 내게 지켜야 할 게 늘어났다. 나랑 같은 뜻으로 함께 실천하는 사람을 서로 지켜야 했고, 그런 우리를 지키려 함께 하는 시민들과 하나가 되어야 했다. 나를 지키려는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도 바꿔야 내 수업, 내 교실도 꿈나래를 펼 수 있었다. 전교조는 빈민과, 농민과, 노동자들과, 성 소수자, 여성과 연대했다. 나는 전교조를 통해 예전의 나를 넘어설 수 있었다.


 이제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수준이 됐다. 눈 감고, 모르면 될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늘어났다. 교육 문제, 지역 문제, 학교 비정규직 문제, 세월호 문제, 통일 문제, 노동 운동과 미투 운동…. 다행히 내가 다 하지 않아도 전교조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관심에 따라서 열심히 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렇게 혼자 할 수 없는 일, 두려워 포기하고 싶은 일을 힘내어 할 수 있게 했다. 해직을 각오하고 맞짱 뜰 힘을 가지게 했다.


 나는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인간을 목표로 교육하고 싶지 않다. 나는 자유롭고 신나게 일하는 인간을 키워내고 싶다. 자유롭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애쓰고 싶다. 수업에서든, 학교자치에서든 민주주의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시민사회를 이루려는 노력 없이는 무의미하다. 세상이 함께 변해야만 내가 바라는 교육도 가능하다. 학교 교육은 세상과 무관한 진공의 섬이 아니다. 민주적인 교육과 학교가 완성되려면 세상을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촘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란 아직 머나먼 이상이다. 그것은 어떤 이들에겐,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할 위험일 뿐이며 결코, 이룩돼서는 안 될 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우리 친구들이 자유롭고 신나게 일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게 가능한 민주주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민주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전교조는 민주주의 세상을 만드는 싸움에 항상 앞장설 수밖에 없다.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삶"이 아니라, "자유롭고 신나게 일하는 삶"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니까. 그래서 그 싸움이 "전교조와 함께라면 투쟁마저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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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3 [09:32]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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