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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태춘과 함께 89년을 ‘회상’하다.
"지쳤지만 초롱초롱한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김상정 기사입력  2019/04/12 [09:26]

“30년 동안 한 번도 잊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89년 당시, 전교조 결성을 이유로 해직됐던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30년 만에 가수 정태춘씨를 직접 만나 건넨 말이다. 314일 저녁 7시 신촌에 있는 거북이집에서 정태춘 데뷔 4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들과 결성 30주년 맞이한 전교조 교사들이 만났다. 오래전부터 함께 해왔고 앞으로 또 뭔가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어진 것이다. 이들을 이어준 오작교 역할을 한 이는 89년 당시 전교조 문화국장이었던 이영국 교사다. 이 자리는 전교조가 처음으로 가수 정태춘씨에게 밥을 대접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영국 교사는 고마운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

 

▲ 1989년 7월 29일 명동성당 앞, 전교조 탄압 저지와 참교육실현을 윟나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전교조 교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30대 청년 '가수 정태춘'     © 전교조


89, 명동성당 언덕길 위에서

89, 전교조 교사들은 한여름에 명동성당에서 13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명동성당에 들어가자마자 전경들이 애워쌌고 뜨거운 땡볕 아래서 단식을 하다 보니 쓰러지기도 했다. 단식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태춘님이 짠하고 나타났다. 경찰들 봉쇄를 뚫고 기타 하나 덜렁 메고 명동성당 언덕길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경찰 봉쇄에 막혀 뒤에서 멀리서 보고만 있던 교사들도 있었다. 태춘님이 노래를 부르다가 몸을 돌려 경찰 건너편 청중들을 향해서 노래를 했다. 봉쇄돼서 막혀있던 사람들도 같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단식에 참여했던 권정오 교사는 교감이 명동성당까지 와서 해고통지서를 주고 갔다. 배도 고픈데 해고통지서까지 받아서 눈물까지 났던 그 순간 명동성당 들머리에 가수 정태춘님이 딱하고 나타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하늘에서 구세주가 나타난다는 게 이런건가?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 우리가 옳다라는 확신을 주었다. 유명한 가수가 경찰을 뚫고 싸우고 있는 우리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거 자체가 큰 힘이 되었다권 교사가 당시의 감동을 전하자,

 

노래하면서, 지쳤지만 초롱초롱한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라고 가수 정태춘씨는 화답한다.

 

그 공연 이후 명당성당 앞 작은 카페에서 이영국 교사와 정태춘, 그리고 기획사 강성태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진다. 이 만남이 바로 1989’ 정태춘 노래극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전국순회공연을 낳는다.

 

최대 인파가 몰려들었던 누렁송아지

정태춘씨가 먼저 전국순회공연을 이야기해서 이 교사는 깜짝 놀랬다. 당시 전교조 상태에서는 전국공연을 치룰 만한 물적 정치적 조건이 어려웠다. 단식농성을 마친 후, 어려운 조건 속에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했고 놀라운 추진력으로 성사가 됐다. 그 때 전교조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기획사에서 음향장비 등 다 사고 빌려서 2.5톤 트럭 3대에 싣고 다니면서 전국순회공연을 했다. 이영국 전교조 초대 문화국장은 “89년 당시, 가수 정태춘과 전교조가 함께 했던 전국 순회공연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는 전교조 조직 복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끝끝내 탈퇴를 거부했던 교사들이 해직됐고 쓰린 가슴을 안고 현장에 남은 교사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자괴감을 안고 있었다. 순회 공연 때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노래하고 풍물을 치면서 같이 결합했고 탈퇴했던 교사들도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전교조 조직이 복구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원래 극장에서 공연됐던 노래극이었던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가 밖으로 나왔다. 대학교 운동장이 공연장이었다. 어떨 때는 무대도 없이 바닥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가는 데마다 전경들이 있었고 연출자들은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는 곳곳, 공연에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모여들었다. 첫 회 공연이 열린 충주에 있는 건국대 공연의 감동, 그리고 103일 열린 연세대 노천강당에 온 5만명의 관객은 노천강당 역사상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주변에 둘러 서서 안보여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서서 가수 정태춘의 노래를 들었다. 당시 초선의원이었던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남긴, 이후 널리 인용되고 있는 발언 악법은 어겨서 고쳐라가 그 곳에서 나온 말이다.

 

30년 만의, 또 다시 대단한 만남

전교조 서른 살, 우연인지 필연인지 가수 정태춘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순회공연 및 활동을 앞두고 10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디오, 신문, 방송에서는 연일 그의 인터뷰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다.

 

‘KBS 불후의 명곡에서 가수들이 나와서 정태춘의 노래를 부른다. 26일 오후 6, KBS홀에서 열리는 1300회 특집 열린음악회는 사상 최초로 정태춘·박은옥 단독 공연으로 채워진다. 그렇게 가수 정태춘은 30년 전에 탈퇴 각서 쓰면서 흩어졌던 전교조 교사들을 누렁송아지전국 순회공연으로 다시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더니 30년만에 열린 음악회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해직교사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중가수가 기꺼이 동지가 되어 곡기를 끊고 투쟁하고 있는 교사들 앞에 나타난 건 30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일이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공연보러 온다고 이미 버스까지 대절했고, 아직 현직에 있는 분들은 학교연가도 내고 올라온답니다. 그 때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30년 만에 전교조에 등장한 태춘님 소식에 교육민주화 동지회텔레그램방은 지금 잔치 분위기입니다.” 황진도 교육민주화동지회장을 하고 있는 89년 당시 해직교사의 말이다.

 

▲ 전교조 결성 후 초대 문화국장이었던 이영국 교사는 이날 가수 정태춘과 전교조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을 주도했다.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무대를 만들고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렁송아지' 전국순회 공연을 함께 준비했고 그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30년 전 명동성당에서 함께 부당한 정권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다.     © 김상정


한참 89년을 회상하던 이영국 교사는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약간 주책스러울 정도로 흥분되어 있어요.”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전남대 운동장의 그 모래바람, 목포대는 운동장 끝에 무대를 만들었는데 해가 질 무렵 저 멀리서 횃불단이 쫘악 들어오고 풍물단이 쫘악 들어올 때 그 풍경을 아직도 잊지를 못해요누렁송아지 공연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 정태춘님의 말이다.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공연이 진행됐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에 함께 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중 극단 현장의 배우 박철민은 공연 사회를 보면서 청중들을 울렸다 웃겼다 들었다 놨다 했던 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배우 박철민이 바로 그다.

 

가수 정태춘은 30년 만에 전교조를 향해 말한다.  

 내 인생에서 대단한 만남이었어요. 순수함. 열정, 비장함. 이런 것들이 그 때에는 각별한 만남이었지요.”

  

30년 만에 만나 89년을 회상하고 이들에게 89년 당시의 화두가 교육민주화였다.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전교조, 그리고 아주 오랫만에 활동을 다시 시작한 가수 정태춘씨와 전교조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누렁송아지를 다시 세상에 낳기 위한 작업은 시작된 걸까? 어쩌면 정태춘 데뷔 4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전교조와 함께 만드는 누렁송아지라는 뮤지컬이 될런지도 모른다

▲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만남의 장소로 오는 길목에 있는 문방구에 들렀다. 한지를 사기 위해서다.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헤어지기 직전, 사인을 해달라며 한지를 탁자 위에 놓았다. 가수 정태춘은 준비해온 '붓'을 꺼내 기꺼이 글을 썼다. "미래의 희망을 지킨다, 교육' 이라고.  그리고 가수와 팬은 '붓글'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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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2 [09:26]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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