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역설

이성우 · 경북 구미사곡초 | 기사입력 2019/04/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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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역설
이성우 · 경북 구미사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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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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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옮긴 학교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3월을 보내는 가운데 지회장님으로부터 우울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나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교사들은 왜 전교조를 기피 하는 것일까? 한때 나는 세상이 변했는데 전교조가 80년대 학생운동 식의 교육운동 방식을 고수해 교사들이 외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요즘 교사들이 전교조든 교총이든 어느 집단에도 좀처럼 들지 않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아마도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에 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으로 전교조가 학교를 바꿔놓았기 때문일 것 같다. 전교조의 활약으로 전교조 따위가 필요 없는 교육현장이 된 것이다. 전교조가 태동할 당시 현장 교사들은 교육청의 횡포와 교장 갑질에 울분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참교육의 함성으로'의 노랫말대로 "굴종의 삶과 반교육의 벽을 부수고" 분연히 일어난 집단이 전교조였고, 절대다수의 교사들은 이에 환호했다.


 아침에 공문을 보내고 오전 11시까지 보고하라는 교육청의 횡포는 교육현장에서 사라졌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장학사도 파쇼 교장의 갑질도 줄었다. 그러나 학교-교육청, 교사-관리자 간 역학관계에 변화가 있을 뿐 바람직한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학교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교육의 소외는 예전보다 더욱 심해졌다. 예나 지금이나 현장 교사들은 상급교육기관에서 양산하는 무익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헉헉거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뒷전으로 돌려진다. 입시 위주의 찌든 경쟁교육은 예전보다 심화되어 초등학생은 물론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과도한 학습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가고 있다.


 요컨대, 전교조의 노력으로 학교는 일정 부분 변했으되 교육은 변하지 않았다. 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보듯,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반교육적 구조가 너무도 공고하여 전교조의 노력만으로 학교 교육을 바꾸기는 역부족일 따름이다.


 따라서 전교조는 교사 대중과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요즘 교사들이 전교조에 무관심하고 등을 돌리더라도 우리가 그들에게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이 큰 학교에서 '나 홀로 조합원'인 신세가 처량하지만, 이 엄중한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혹 운이 좋아 그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어떤 계기로 전교조에 호감을 품고 나와 함께 전교조 교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 교사가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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