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고 호성이가 되었습니다"

정부자·안산 단원고 | 기사입력 2019/03/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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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호성이가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5년, 단원고 희생학생 명예졸업식
정부자·안산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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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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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년, 단원고 희생학생 명예졸업식

 안녕하세요. 첫 글자부터 망설이게 됩니다. 선생님들께 저를 어떻게 소개할까요?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이었던 신호성 엄마 정부자입니다. 아니면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신호성 엄마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지.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밀려옵니다.


 왜 승객들에게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는 그토록 집요하게 증거를 조작 은폐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 세월호 침몰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4.16세월호 참사는 '왜'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아들을 못 본 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지.

▲ 아들의 교복을 입고 단원고 희생학생 명예 졸업식에 참석한 정부자 씨의 모습    

 

 이 끔찍한 현실이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악몽에서 깨면 내 아들이 내 앞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아들이 옆에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이런 착각 속에 빠져 있을 때가 차라리 덜 괴롭습니다.


 가여운 내 아들, 이 세상 떠나던 날 무서운 배 속에서 엄마를 얼마나 불렀을 텐데 '전원 구조'라는 말에 이 미친 엄마는 손뼉을 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말했습니다.


 저는 아들한테 용서라는 말 자체가 사치스러운 엄마입니다. 5년 동안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아니, 아들을 놓아버리면 내가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붙잡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졸업식을 했던 그 장소, 전원 구조라는 안내 방송을 들었던 단원고 강당인 단원관에서 졸업식을 진행했습니다. 내 마음속에 미치도록 싫었던 장소지만, 졸업식 날만큼은 호성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월 10일 있었던 명예 졸업식에서 호성이 교복을 입고 호성이가 되어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어느 사람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이날은 호성이가 되는 것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들 유해가 아직도 12곳에 흩어진 채 고향인 안산으로 돌아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우리 아이들을 고향인 안산의 한 곳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을 조속히 설립해서 생명, 안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4.16생명안전공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편히 잠들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선생님께도 당부드립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을 함께 만들어 주세요.


 한 달 뒤면 4월 16일 5주기 기억식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참석해 주셔서 우리 아이들이 외롭지 않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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