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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서 교가가 사라진 까닭
학교 안 친일 흔적 없앤 광주제일고 이야기
 
신봉수·광주예술고 기사입력  2019/03/11 [09:21]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해 교육·언론·시민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교가 뿐만 아니라 학교 마크(모표), 교목, 교화, 기념물 등을 전면 조사해 학교 내 친일 잔재를 완전 청산하기 위함이다.

 

당시 광주제일고(광주일고) 교사였던 나는 교육계 몫으로 팀에 참여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광주일고의 교가를 작곡한 이흥렬이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였음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지난 1월 전남일보가 '학생독립운동 불붙인 광주일고, 친일파 작곡 교가 버젓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1월 말 개학과 동시에 교장 선생님과 부장 교사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온 졸업식부터 문제였다. 우선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자고 결정하고, 동문회도 이를 알려 동문들의 의견도 모으기로 했다. 역사교사이자 TF에 참여했던 나는 전체 학생에게 방송으로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이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가가 친일 작곡가의 곡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졸업식 때 교가를 불러야 하느냐를 결정하고 만약 부르지 않는다면 가사만 화면에 띄우고 낭송할지, 가사마저 띄우지 않을지를 논의하도록 했다. 1시간 동안 각 반에서 토론을 진행했고 4교시에 전체 대의원회의를 열어 다시 각 학년 대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취지를 설명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95%가 교가를 부르지도 화면에 띄우지도 말자고 결정했다. 새로운 교가를 학생들이 함께 만들자는 논의까지 나아갔다.

 

 학부모들 역시 설문조사에서 90%가 넘게 교가를 부르지 말고 새로운 교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사들도 한목소리로 새로운 교가 만들기를 결의했다. 교장 선생님은 논의 결과를 정리해 동문회에 공문으로 알리며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후예답게 새로운 교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동문회는 전적으로 동조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주일고는 올해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교가를 만든다. 가사는 학생들이 집단 사고를 통해 만들고 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동문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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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1 [09:21]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