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급운영]1-6학년 관계맺기로 시작하는 여행

김외순·서울 천왕초 | 기사입력 2019/03/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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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급운영]1-6학년 관계맺기로 시작하는 여행
3월, 첫만남 이렇게 시작해요
김외순·서울 천왕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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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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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만남 이렇게 시작해요

 새 학년,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학교는 늘 분주해진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시작이 반이라는 말에 엄청난 힘을 부여하면서 첫 만남을 준비하는데 애를 쓰곤 한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기 위해 여행 가방을 꼼꼼하게 챙기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만남을 여행이라고 생각해 봄은 어떨까?

 

 여행은 늘 문화의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한 영혼이 맞닥뜨린 다수의 세계를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여행이 인간의 욕망과 돈만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인식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처음 입학한 1학년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새로운 탐험의 세계이다. 반면 6학년에게는 익숙해진 일상의 공간이다. 이 둘을 일대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놀라운 여행길이 마련될 것이다.

▲ 1-6학년 관계맺기 활동의 하나로 6학년 학생들이 1학년 동생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주고 있다     © 손균자

 

우리 학교에서는 1학년과 6학년을 짝꿍으로 연결하여 여행길에 오를 수 있는 1-6학년 관계맺기 활동을 하고 있다. 3월에는 두셋씩 짝을 지어 학교 곳곳을 돌아보며 교내의 공간을 탐색하는 작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 출발에 앞서 1학년 아이들에게는 그림형제 동화 중 황금열쇠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마치 자신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출발하도록 이미지를 부여한다.

 

 "아직 겨우내 내린 눈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이른 봄날, 가난한 소년은 나무를 하러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어. 너무 추웠기 때문에 집으로 가기 전에 모아놓은 나무로 우선 불을 피워서 몸을 녹이기로 했지. 바닥에 쌓인 눈을 쓸다 보니 땅바닥에 작은 황금 열쇠가 있었어. 소년은 열쇠가 있으니 어딘가 자물쇠도 있으리라 생각했지. 그리고는 땅을 팠더니 정말 쇠로 만든 작은 상자가 나왔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물쇠 구멍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어. 자물쇠 구멍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던 거야. 겨우 찾아서 열쇠를 끼웠더니 다행히도 딱 맞았지. 소년은 조용히 열쇠를 돌렸어. 쉿! 열쇠를 완전히 돌려 뚜껑을 열어젖힐 때까지 조용히...그래야 상자 안에 얼마나 멋진 물건이 들어있는지 알게 되니까."

 

 이야기를 마치면, 6학년은 1학년 동생 손을 잡고 다니며 선정된 16곳의 학교 공간을 안내해 주고, 1학년은 학교 곳곳을 탐험하며 해당하는 공간의 자물쇠 구멍 모양을 찾아야 한다. 전날, 교사들이 학교 공간마다 다른 모양이 그려진 종이를 붙여놓았는데 이것은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 자물쇠 구멍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6학년은 형님답게 능숙하게 교실 이름과 하는 일을 설명해주고,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어주고, 마지막으로 자기 교실에 도착하면 간단한 놀이도 같이 해준다.

 

간혹 담임교사를 힘들게 하는 6학년 아이더라도 1학년 동생에게는 의젓한 형님의 모습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생에게 복도에서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생활에 훈수를 두기도 한다. 황금열쇠로 열었던 교실 공간에는 얼마나 멋진 것들이 들어있었을까? 교실에 돌아와서 쏟아내는 아이들의 말을 듣노라면, 이 여행이 얼마나 모험과 재미가 가득한 세계였는지 알게 된다.

 

3월의 작은 여행은 5월에는 같이 놀이를 하는 것으로, 10월에는 학교 주변의 산을 같이 오르는 등산 여행으로 관계 맺기 활동은 점차 깊어진다. 도움을 받았던 1학년 아이들은 벌써부터 고 자그마한 입술로 나중에 6학년이 되면 자기도 동생들한테 멋진 형님이 될 거라고 재잘거린다.

 

 공간이 인식의 틀을 제공한다면, 새로운 공간에 대한 탐색에 앞서 일상의 공간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어떠한 인식의 틀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루의 반나절 정도를 머무는 교실은 단순히 네모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고 삶의 공간이다. 그 곳에서 쏟아질 많은 이야기들이 좋은 여행 후기로 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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