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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직도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송호영·전북 전주효림초   기사입력  2019/03/11 [08:13]

  부모님은 소작농이었다. 아버지는 담배, 고추 농사로 번 돈과 농협에서 빚을 얻어 모두 인삼에 쏟아부었다. 벼농사로 부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당시 인삼으로 부농이 된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것은 그의 꿈이 되었다. 수확을 앞둔 1997년 태풍 볼라벤에 인삼밭이 물에 잠기고 담배 말리던 하우스가 날아갔다. 아버지 친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서로의 연대 보증으로 모두가 함께 망했다. 그렇게 빈손이 된 부모님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에 도시로 나왔다. 도시로 나온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친척들의 도움으로 겨우 셋방을 얻고 어머니는 이모네 식당에서 아버지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했다. 하루아침에 무일푼 노동자가 된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꿈은 자식들이 본인들처럼 밑바닥 인생을 벗어나는 것이었으나 아버지는 좋은 날을 구경조차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아이들을 비롯하여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나의 오지랖은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희망을 품고 힘든 오늘을 견디는 사람들의 그 마음을 알기에 누군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첫 학교에서 우연히 조합원 선배를 만나고 연수를 함께 받고 집회에 참석하면서 그렇게 전교조 활동은 학교 밖으로 나의 삶을 확장시켜 주었다. 지회 활동을 하다가 14년에는 지부 전임까지 하게 되었는데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실천하는 훌륭한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으니 전교조는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조직이다. 처음 전교조 선생님들의 장기투쟁사업장 연대방문 소식을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추위에 유독 약해서 여름 방학만 함께하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올해는 겨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삶이 부서진 힘없는 이들이 꿈쩍하지 않는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기약없는 싸움을 몇 년씩 이어나가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기에 아슬아슬하다. 그 과정에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이들도 보게 되고 지쳐서 투쟁을 접거나 사측의 회유에 무너지는 안타까운 모습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힘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고 힘이 빠지지만 혹 장기투쟁사업장 타결 소식이 들려오면 가슴 한 켠이 뻐근해지면서 다시 힘이 난다.


 전교조 또한 투쟁이 길어지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에게 이번 겨울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해주었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울산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현대에서 그들에게 지난 몇 년의 임금을 다 주고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절했단다. 자신들은 원래 일하던 울산과학대 들어가서 청소하면서 노동조합 활동 할 거니까 그 좋은 자리는 지금 울산과학대에서 열악하게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주라고 했단다. 자신들이 지금 그 제안을 수용하면 그동안 연대해준 동지들과 아직도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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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1 [08:13]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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