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 10%, ‘친일’ 동상·기념관·교가

최대현 | 기사입력 2019/02/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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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10%, ‘친일’ 동상·기념관·교가
전교조 서울지부, 1300여 초·중·고 자체 전수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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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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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서울지부, 1300여 초·중·고 자체 전수조사 결과

 

▲ 전교조 서울지부는 26일 오전 서울 전체 초중고를 조사한 친일 잔재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최대현

 

서울의 1300여 초··고교 가운데 친일 인사의 동상이나 기념관이 있거나 친일 인사가 만든 교가를 아직도 사용하는 곳이 120개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에 달하는 학교에 친일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26일 발표한 ‘3.1운동 100주년,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1차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이 작사나 작곡한 학교가 113개교나 됐다. 급별로는 초등학교 18개교(공립 13개교, 사립 5개교), 중고등학교는 95개교(공립 27개교, 사립 68개교)였다.

 

설립 별로는 사립이 64.6%(73개교), 공립 35.4%(40개교)보다 2배가량 많았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교가 작사·작곡가는 김동진, 김성태, 이광수, 이흥렬 등 총 13명이었다. 이흥렬은 27개교, 김성태와 김동진은 각각 19개교의 교가를 작사 혹은 작곡했다. 이광수가 작사한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4개교다. 이들이 만든 교가만 69개로 친일 인사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 절반을 차지한다.

 

조사결과를 함께 분석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들 친일 인사들이 서울대 등의 음악 분야 권력으로 있으면서, 친일은 문제가 되지 않고 이들에게 대거 작사나 작사를 의뢰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성남중·고교는 친일 인사가 작사나 작곡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친일파였던 학교 설립자 원윤수와 김석원을 찬양하는 가사인 교가를 사용했다. ‘이 강산에 원석 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라는 가사가 문제로 지적된다. 원윤수는 대표적인 경제계 친일 인사였고, 김석원은 친일 군인이었다. ‘먼동이 트이니 온누리 환하도다~’라는 가사는 일제 욱일승천기를 연상한다고 분석한다.  

 

▲ 친일파인 설립자를 찬양하고, 일제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킨다는 한 고교의 교가 가사    © 최대현

 

친일 인사의 동상 등의 기념물이 있는 학교는 7곳이었다. 국민총력동원조선연맹 이사, 조선방송협회 평의원 등 친일단체 간부를 지내며 학병 독려 강연을 한 인촌 김성수는 중앙고와 고려래 등에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인촌기념관도 있다.

 

최근 이사장과 교장 등이 55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는 휘문고와 휘문중도 민영휘 동상이 있다. 민영휘는 대표직인 친일 자본가로 한일 합병지지 공로로 자작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학교 누리집과 제보,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서 조사한 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인지 아닌지를 대조하고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분석했다.

 

조연희 서울지부장은 학교 내 친일 잔재는 동상, 기념관, 교가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친일 잔재들 역시 엄존한다. 애국 조회, 사정회 등 일제식 명칭, 단속 위주의 교문 지도와 여전한 두발과 복장단속, 통제 위주의 관료적 학교 문화, 교과서 속 친일 인사들의 작품 등이 바로 그것이라며 공식적인 전수조사를 거친다면 아마도 더 많은 진실을 마주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교육청과 서울시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교육계 친일 잔재에 대한 전수조사와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을 요청했다.

 

방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 과거를 들춰내고 대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철거하기에 앞서 이들이 어떤 친일을 했는지 등을 동상에 기록하고 대면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학교구성원들의 친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공론화해 나간다면 민주시민교육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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