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넘어 ‘청와대로’, 국경 넘어 ‘UN으로’ 간 까닭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2/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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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넘어 ‘청와대로’, 국경 넘어 ‘UN으로’ 간 까닭
스쿨미투, ‘응답하라! 2019’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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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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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응답하라! 2019’

스쿨 미투, 1년 동안 수많은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쏟아져 나왔지만, 학교는 요지부동이다. 되려 용기내어 스쿨미투에 앞장 선 학생들을 고립시키고, 2차, 3차 가해를 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 또한 없다. 지난 3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가해교사 중 40%는 여전히 교단에 있다. 학교는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것에 급급하고, 교사나 학생들에 의한 2차 가해에 대한 보호 조치 또한 없다.

  

2019년 1월과 2월에 있었던 ‘스쿨미투’ 관련 이야기다.

교실 창문에 스쿨미투를 외쳤던 용화여고 가해교사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교원소청심사위는 징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재학생들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186명의 재학생이 가해교사로부터 성폭력이 있었다는 진술 결과를 기반으로 파면 징계가 내려진 것이 가해자의 방어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징계를 취소한 것이다. 올해 1월 30일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해, 4월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했던 ‘스쿨미투’는 결국 대한민국을 넘어 UN으로 갔다. 지난 2월 4일부터 9일까지 청소년 당사자 단체인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양지혜 운영위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장보람 변호사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에서 한국의 스쿨미투 현황을 알렸다.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내려주기를 요청한 권고안 내용은 △신속하고 정확한 실태조사 △페미니즘 교육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개장 △ 피해 학생의 진실과 정의 및 배상에 대한 권리 부장 △전문성있는 상담인력 발굴 및 배치 등이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양지혜 운영위원은 “UN방문을 통해 전달한 요구안을 2월 16일 집회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를 통해 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청와대에 전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 2월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집회에 참석한 교사가 집회구호가 담긴 선전물을 손으로 들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교조 여성위원회 제공


교실의 커튼을 보고 질주름같다

너는 돈 꽃아주기 좋게 생겼다

 

폭력적인 내용을 다루는 영화나 영상에서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런 이야기들은 현실속의 이야기다. 상상 그 이상의 끔찍한 말들이 나온 곳은 다름 아닌 학교. 이게 믿기지 않는 대한민국의 학교 현실이다.

 

2019216, 청와대 앞에 스쿨미투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응답을 요구하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앉았다. 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청소년 당사자들의 자유발언은 계속됐고, 이들은 함께 청와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혔던 이가 대통령으로 있는 2019년 대한민국. 이들은 다름 아닌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향해 이 구호를 외친 것이다.

 

스쿨 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스쿨미투 1년을 앞두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인데 이들은 앞서 UN에도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권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된 아동에 대한 성적착취와 성적학대(#스쿨미투)에 관한 NGO보고서에 담긴 한 학생의 발언에서 스쿨미투의 외침에 응답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지난 해 114일에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집회 발언으로 일부를 옮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가슴 속 씻길 수 없는 상처를 안고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그 끔찍한 악몽 속으로 다시 끌어내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죄책감은 무뎌져만 가고 우리의 이야기는 사회에 의하여 또 다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끊길 수 없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의 아픔을 항상 증명해야 하는 건가요? 왜 사람들은 우리를 믿어주지 못하는 건가요?

 

스쿨미투는 단지 하나의 해프닝으로서 남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항상 상기시켜야 합니다. 문득 떠오른 지난 경험에 하루에 수백 번이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절망에 빠지는 친구들을, 아직도 어디서에선가 우리보다 힘들게 하루를 버티고 있을 친구들을, 그래서 우리는 계속 진실을 향해 소리쳐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물결이 그저 폭로와 고발로 그치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 또 다시 많은 사람들 앞에 용기를 내어 섰고, 변화의 시작은 오늘 여기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UN으로 간 스쿨미투

청와대로 간 스쿨미투 

 

왜 손발이 꽁꽁 얼리는 이 추운 겨울날, 스쿨미투는 학교 담장을 넘어, 국경을 넘어, 스위스 제네바로, 청와대 앞으로 갔을까?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답해야 할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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