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도 > 종합보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법외노조 문제 정부가 직접 풀어라"
"법 개정·사법부 판결 기다리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
 
최대현 기사입력  2018/12/14 [13:18]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6월 18일부터 이어온 '법외노조 취소-노동3권 쟁취, 해고자 원상복직' 밤샘 농성을 지난 10일 정리했다. 청와대 앞을 지켜온 지, 176일째 되는 날이었다. 전교조는 올해 반년가량을 거리에서 보낸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교조의 요구는 올해 안에 현실화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드러낸 '직권취소 불가, 대법원 판결 존중'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탓이다. 최근 비공식으로 청와대 고위 인사와 면담한 전교조 관계자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 삭제는 고려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 서로의 간극이 더 확대된 느낌을 확인한 자리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행정조치 철회 불가능' 입장인 문재인 정부는 고용노동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였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8월 1일)는 물론 노사정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노사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도 공익위원안으로 채택(11월 20일)한 노동조합 설립을 제약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2항 삭제 내용조차 거부한 것이다.
 

오히려 내년 6월까지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둘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언론에 "내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 기념 총회에 문 대통령의 참석을 추진하는데, 그 이전에 결론이 날 수 있다."(11월 22일)라고 흘린 것이다. 문 대통령의 ILO 총회 참석 성과물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이 구상에 맞추기 위해서 청와대는 내년 6월까지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남겨놓을 수도 있다.
 

제시한 해법은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제98호에 어긋나는 교원노조법 등 법 개정이다. 법 개정을 하고 나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방안이다. 부수적으로 "대법원이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날 때, 전교조 법외노조가 임시 풀릴 것"이라고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 법외노조 취소와 노동3권 쟁취 등을 위해 176일 동안 농성한 전교조는 "새 투쟁으로 법외노조 취소를 풀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최승훈 <오늘의 교육>기자

 

이에 대해 제19대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김현진 수석부위원장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회견 자리에서 "적폐세력이 가득한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리라거나, 적폐의 온상 자유한국당이 활개 치는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비판하며 "이제라도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정부가 직접 풀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견해를 밝힌 시점도 의뭉스럽다. 공익위원안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이른바 '내년 6월 해결설'을 흘리면서 청와대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공익위원안 발표의 핵심을 흐려버렸다. 청와대가 법외노조 통보 취소를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라며 "이번 발언은 청와대에서 나온 세 번째 직권취소 회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통로로, 지난달 22일 출범한 경사노위를 활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문 대통령에 보고한 2019년 업무계획에서도 "공익위원 안을 바탕으로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 진행, 포괄적 합의 도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이 ILO 핵심협약 비준 이전 정부의 선행조치 사항으로 요구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와 공무원·교원 해직자 원상회복,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각종 시정명령 제도개선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과 사용자단체 등의 반발로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비판도 여전하다.
 

청와대가 전교조 법외노조 해결과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노사위 참여를 연동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의구심도 꾸준히 나온다.
 

전교조는 "새로운 투쟁으로 법외노조 취소-노동3권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 농성을 접지만, 투쟁을 접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취소와 노동3권 쟁취는 참교육을 활짝 꽃피우기 위한 필수적인 경로인 만큼, 유예할 수 없는 목표는 여전히 우리의 이정표가 된다."라며 "새로운 집행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 새해에는 전교조의 발목을 잡는 법외노조의 사슬을 기필코 끊어내고 온전한 노동자이자 온전한 시민으로 민중 앞에 우뚝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176일 동안의 농성에 보내온 연대 단체와 개인들의 응원에 고마움도 표했다. 전교조는 "위원장 단식 27일, 수석부위원장과 지부장단 단식 13일, 해직교사 단식 17일, 현장교사들의 삭발과 릴레이 단식, 노숙농성과 일인 시위를 단호하게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우리 목표의 정당함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전교조를 함께 세우고 함께 지켜 온 노동자·민중의 뜨거운 연대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길고 긴 농성 기간 중 연대성명을 발표하고 농성에 함께 해 주신 수많은 노동자·민중 단체와 개인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권정오 위원장 당선인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권은 생명이다. 전교조가 학교로 가고, 바꾸기 위해서도 전교조의 법적 지위는 먼저 회복돼야 한다. 이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12/14 [13:1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