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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비 지급, 잣대는 '교장 맘대로'
누군 되고, 누군 안되고… 투명한 예산 공개·상세한 안내 필요
 
박근희 기사입력  2018/12/14 [12:23]

 

여전히 학교에 권위주의적 문화가 만연하다고 한다면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될까? 교직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놓고 그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이번 주제는 '출장비'다. 
 <편집자주>

 

 © 일러스트 정평한

 

공문이 도착했다. 역사적인 항쟁을 주제로 한 학술토론을 알리는 공문이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박 2일 일정이며 '출장비 등 관련 비용은 기관에서 전담한다'고 안내했다. ㄱ 교사는 고민스러웠다. 의미 있는 주제라 참석하고 싶었으나 수업에 지장을 주는 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토요일 하루만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교장이 '안 된다'고 했다. 많은 비용을 ㄱ 교사에게만 지급하는 건 공정하지 않고, 다른 교사들도 가려고 한다는 이유였다. 교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역사적인 항쟁과 관련한 연수 등은 '불허'할 뜻을 밝혔다.
 

ㄴ 교사는 교사들이 그룹별로 1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1년 동안 어떤 성과를 이뤄냈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평상시에 수업하며 힘들어했던 주제를 다룬 연구도 있어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도 컸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는 교장도 교사들이 많은 참석을 독려하겠지'라는 생각에 교장을 찾았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교장의 반응. '페스티벌 운영위원이 아니면 출장비를 지급할 수 없다'였다.
 

문제는 얼마 후에 일어났다. 교장이 같은 페스티벌로 출장을 신청한 교사는 허락한 것이다. 화가 난 ㄴ 교사가 이유를 묻자, 운영위원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ㄴ 교사는 '페스티벌의 운영위원인데 행사 주최 측에서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아보니 예상처럼 운영위원에게는 비용이 따로 지급됐다. 출장을 인정받은 교사가 평소 교장의 비위를 잘 맞추기로 소문난 인물이라 ㄴ 교사는 더욱 화가 났다.
 

출장비에 얽힌 교사들의 눈치 보기 혹은 당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 학교, 교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1년에 몇 차례가 안 되고 비용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출장을 가겠다고 말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따져 물으면 '몇 푼 안 되는 돈' 얘기를 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우니 당황스럽다. 초임시절 ㄷ 교사는 출장비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 끝에 "알아서 잘 챙겨줍니다."라는 대답에 말문이 막힌 적이 있다. ㄱ 교사에게 교장은 "교사는 돈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있는 건 두 교사만은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출장비는 일정한 기준이 없이 교장의 생각에 따라 정해지는 듯하나 실은 규정이 있긴 하다. 공무원여비 업무 처리 기준에서는 출장지에 따라 지급대상, 지급절차, 지급방법 등을 구분하는데 근무지 내는 1만 원, 2만 원이고 근무지 외는 운임, 식비, 일비, 준비금이 주어진다. 지방공무원법 제46조에서도 '공무원은 보수를 받는 외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직무수행에 소요되는 실비보상'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교장으로부터 출장을 인정받아야지만 적용받는 규정이다. 설령 교장이 출장으로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학교, 지역 혹은 교장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ㄹ 교사가 며칠 전 관내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 받은 출장비는 5천 원이었다. 답사비도 그렇다. 어떤 학교에서는 답사를 4명이 가도 규정이라며 2명에게만, 어떤 학교는 답사를 다녀온 모든 교사에게 지급한다.
 

그래서 ㄴ 교사는 행정실에 출장 내역서를 요청했다. 출장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했고 한 집안에서도 수입에 따라 살림을 꾸리듯 학교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안다면 무리하게 출장비를 요구하지 말자는 마음도 있었다.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함도 들었지만 행정실에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먼저 "이 내역서 어디에 쓰시려고요?"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ㄴ 교사는 "교사도 이렇게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절차도 복잡한데 만약 학교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싶은 학부모가 있다면 어떨까?" 싶었다. 어렵게 받아든 내역서에는 옆 학교 교장과의 저녁 식사에 교육 현안 논의를 이유로 출장비가 지급되는 등 대부분 교장과 일부 부장 교사들에 집중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교사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출장도 업무이며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또 학교 예산은 교사가 접근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으로 두지 말았으면 한다. 출장비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과 규정을 안내할 필요도 있다. '알아서 잘 챙겨준다'지만 알 수 없는 기준과 명확하지 않은 규정에 교사들은 답답하다. 그래서 ㄷ 교사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끈질기게 요구해 세출내역서가 공개됐다. 내역서를 들여다보며 구성원들은 내년엔 이 항목을 줄이고 이 항목을 늘이자며 처음으로 학교의 살림살이를 함께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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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14 [12:23]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