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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위험할 때 작업을 중단할 권리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기사입력  2018/12/14 [11:51]

 

2018년 한국사회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는 '직장갑질'이 아닐까? 2017년 11월 오픈채팅방 형식으로 문을 연 '직장갑질 119'에는 1년간 2만 건이 넘는 상담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문제가 되자 제도적 개선도 이루어졌다. 2018년 4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고객을 직간접적으로 대면하는 고객 응대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폭행 등으로 인한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의무와, 폭언 등이 발생한 뒤 사업주가 해야 할 조치를 담은 조항이 신설되었다. 최근 콜센터와 연결되는 연결음에서 '폭언 등을 하지 말도록 요청하는 음성'이 나오는 것이 이 법에 따른 것이다. 또, 고객의 폭언 등으로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큰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일을 중단시키거나 업무를 전환시키고, 필요한 만큼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길게는 사건에 대한 법적 대응과 피해에 대한 치료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콜센터 노동자가 폭언을 하는 고객과의 전화 통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고객 응대로만 볼 수는 없지만, 이런 법적 조치의 취지는 학교현장에서 교사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교사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이 없도록 예방할 의무는 '사업주'인 학교 관리자에게 있다. 혹시라도 교사에게 폭언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자리를 회피하고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도 필요하다. 이런 권리를 작업중지권 혹은 작업회피권이라고 한다. 그 위험에는 추락 등의 물리적 안전 위협뿐만 아니라, 고객의 폭력 등도 있다. 교사의 업무에는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 포함되지만, 거기에 폭력이나 폭언을 감내하는 것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물론 노동자들이 위험을 느꼈을 때 작업중지나 회피를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다. 개인적인 책임감이 강조되는 교사 직업은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늘 참아라,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일하라는 얘기를 듣고 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지진이 있었을 때, 한 학교에서 1차 지진 후에도 3학년 학생은 남아서 자습을 그대로 하도록 해 이슈가 됐었다. 불안한 학생들이 항의하고,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3학년은 자습해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남아 있던 3학년 학생들은 두 번째 지진이 나고서야 대피할 수 있었다.
 

2016년 가을 현장실습을 나갔던 인천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은 사장의 계속된 성추행을 학교에 알렸지만, 담당 교사는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하니 참아보자'라며 나무랐다. 상처받은 학생이 업체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자, 학교는 '그냥 참고 일을 했어야지'라고 꾸짖었다.
 

학생 때 이런 교육을 받고 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한 사람들이 직장에 들어간다고 위험하다고 느낄 때 업무를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는 당당한 노동자가 될 리가 없다. 학생들이 느낀 위험에 대해 충분히 다루고, 위험하다고 느꼈을 때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해주는 것은, 교사가 폭력 상황에서 업무를 중단하고 회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과 교사의 권리는 함께 키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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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14 [11:51]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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