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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페미니즘교육] 15년밖에 안 살았으면서 벌써 페미를?
 
김지연 · 충북 충주 칠금중 교사 기사입력  2018/11/19 [22:51]

 

3월 교내 학생 자율동아리 모집이 마감되는 날,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처음 보는 학생이 불쑥 다가와 종이를 내밀며 물었다. "선생님, 페미니즘 동아리를 하려고 하는데 지도교사가 되어주실 수 있나요?" 나는 학생이 들고 온 자율동아리 계획서를 채 읽지도 않고 무조건 하겠으니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도 더 많은 또래, 선후배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직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하기를 원하고, 이미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히 드러내길 원한다.
 

교실 속 페미니즘 수업 외에도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은 이런 학생들의 자발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 스스로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일종의 청소년 사회 참여 활동이기도 하다. 우리 동아리에서 1년 동안 한 활동에 대해 간단히 써보겠다.
 

1. 페미니즘에 관한 토론과 글쓰기
 

우리는 페미니즘 관련 기사 중 최근 이슈를 모아보고 그중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추려냈다. 임신중단권, 탈코르셋, 일본군 성노예, 세계적 Metoo운동… 여러 주제를 가지고 자료를 정리한 다음,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모여서 새롭게 알게 된 것, 더 알고 싶은 것,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었다. 이 활동은 추후에 교내 여성혐오 근절 캠페인, 교외 집회 참여로 이어졌다.
 

2. 교내 여성혐오 근절 캠페인하기
 

교내 페미니즘 동아리인 만큼 교내 문제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교내 여성혐오 근절 캠페인을 하였다. 먼저 교실, 인터넷, SNS, 대중매체 등을 통해 들어본 여성혐오 단어들을 말해봤다. 각자 '직접'들어본 단어들만 나열했는데도 칠판이 꽉 찰 정도로 많았다. 우리는 여성혐오 단어의 유래와 문제점에 대해 정리해서 포스터를 만들어 교내 곳곳에 붙였다.
 

SNS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으로 스쿨미투가 이슈화된 이후에는 우리 학교에도 있는 교사들의 성차별, 여성혐오 발언을 모아 교사들에게 전달하고 시정 및 사과를 요구하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해당 교사를 사과하게 하였고, 전 교사 대상 성폭력 계기 교육을 하였다.
 

3. 교외 집회, 시위에 참여하고 연대하기
 

지방에 있는 학교 학생들의 모든 고민이 다양한 교외 활동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주말 빈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희망하는 학생들끼리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임신중단 합법화 퍼레이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다녀왔다. 수요집회를 다녀와서는 학생의 날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아 단체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교내 축제를 앞두고 그동안의 동아리 활동을 정리하여 전시하고, 스티커나 배지 등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페미니즘 도서를 같이 읽으며 올해 아쉬웠던 학술 활동을 심화하거나 지역의 다른 학교 페미니즘 동아리와 만나 연대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15년 살았으면서 어떤 부당함을 느꼈길래 벌써 페미를 해?" 동아리 학생이 지역 학생 대상, 성 토론회 자리에서 자신이 페미니즘 동아리원인 것을 밝히자, 모르는 남학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아직 사회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는 것은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된다. 15년이 짧은 시간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겪은 부당함이 여성혐오라는 것을 깨달은 15살의 학생들은 이미 말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부당함에 대해서도 내 문제라 생각하며 공감하고 연대한다. 15년, 혹은 10년밖에 살지 않은 청소년들이 더 많이 '벌써' 페미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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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9 [22:51]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