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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바로알기] 진실된 화해, 어떻게 할까
 
곽은주 <따돌림사회연구모임 · 관교중 교사> 기사입력  2018/11/19 [22:49]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를 마치니 학기가 끝나가는 게 실감이 난다. 벌써 졸업이라니. 지지고 볶고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교실은 무사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이들 세계를 알면 알수록 힘의 관계가 있고 장난을 위장한 괴롭힘도 있고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뻔뻔한 얼굴도 있고 그룹에서 떨궈지지 않기 위해 괜찮다고 말하는 안타까운 얼굴도 있다.
 

어쨌든 '학교에서 평화롭게 관계 맺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며 인간관계에 집중하던 필자의 학급운영도 1년의 끝자락에서는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권리', '평화', '우정', '화목'을 외치며 '평화로운 학급'의 깃발을 들고 '영구 평화'(교사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단계)를 향해 달렸지만 이젠 안녕할 때가 온 것이다. 안녕이라는 말이 어찌나 후련한지.
 

앞으로 한 달과 졸업식까지 남은 며칠은 사실 아이들을 착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다.
 

"얘들아, 곧 졸업이다. 그동안 센 척하느라, 힘든데도 괜찮은 척 하느라 너무 고생했다. 이제 그만 무기를 내려놓자. 00는 이겼고 00는 진 거고 이미 게임은 끝났잖니. 더 이상 약해 보일까봐 공격하지 않아도 되잖니. 남은 시간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보자. 1년을 같이 했어도 이름을 다 모르는 친구도 있을 거야. 한 번도 대화 나눠보지 못했던 관계도 있을 거고. 남은 시간 진실(친구의 진면목, 감춰두었던 선의의 마음 등)을 찾아보자."
 

이렇게 말함으로써 약해 보일까봐 꼰대처럼 보일까봐 감춰왔던, 솔직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지금 시기에 갖는다면, 지지고 볶던 고된 시간 말고 감동의 '마지막'을 더욱 기억할 수도 있다. 마치 사진이 기억의 전부이듯이.
 

휴머니즘의 마무리를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우정의 모자이크'이다. 각자가 반 친구 한명 한명에게 우정카드를 쓰고 꾸민 후 합체작을 만드는 것이 '우정의 모자이크'이다. B5 사이즈 4*5크기의 칸에 고마운 점, 미안한 점, 서운한 점, 에피소드, 미래의 잠재적인 가능성(대화한 적이 없었다면) 등을 쓴 것이 우정카드이다. 별명과 장난의 말은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상대가 기분 나쁜 말이 담겨있다면 우정카드로서 자격 미달이므로 교사가 개입해 다시 쓰기를 요청한다. (일종의 검열이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므로 어쩔 수 없다.) 나 빼고 모든 친구가 나에게 쓴 우정카드를 합체한 것이 우정의 모자이크이다. 다들 정성을 들였는데 부실하게 꾸미면 자기 것만 티가 나니 정성을 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이별식'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고맙고 미안했던 일들에 대해 차 한 잔과 함께 나누는 진실 화해의 시간이다. 반 전체에게 말해도 좋고 특정 학생에게 말해도 좋다. 반 또는 반 아이들에 대해 담임선생님이 시(시조)를 써서 읊고 그 시에 답시(시조)를 달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답시에 또 답시를 다는 아름다운 상상도 가능하다. 시는 감정을 교류하는 데 딱이다.
 

세 번째 방법은 '개인상과 단체상' 시상이다. 개인상은 평화로운 학급을 위해 애쓴 개인의 노력을 치하하는 것이고 단체상은 평화를 위해 노력한 우리 반에게 주는 시상이다. 1년 동안의 평화를 향한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영상으로 보고 나서 담임선생님이 스크린에 혹은 칠판 가득 평화학급의 단체상을 띄운다면 아이들 마음에 기억되지 않을까.
 

1차 세계대전 중 1914년 12월 크리스마스의 하루를 휴전하면서 참호 속에 대치하던 군인들은 서로 쏘아 죽인 전사자들을 위해 합동 장례식을 치르고 기도를 하고 가족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기적같은 평화의 순간을 역사에서 기억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우리 반의 평화로운 마무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정말 후련한 진실화해의 마무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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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9 [22:49]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