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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싸움' 대신 '업무빼기'로
업무분장, '툭 터놓고 논의·협력해야'
 
김상정 기사입력  2018/11/19 [22:33]

 

여전히 학교에 권위주의적 문화가 만연하다고 한다면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될까? 교직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놓고 그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이번 주제는 '업무분장'이다. <편집자 주>

 

 

 © 일러스트 정평한


 

일 잘하면 일이 두 배, 세 배
 

ㄱ 교사는 교직경력 5년 차인 고등학교 여교사다. 매년 12월 말에 업무희망원에 1지망, 2지망, 3지망을 써냈지만 한 번도 희망대로 업무가 배치된 적이 없다. 관리자가 내정했다고 말이 돌면 대부분 그렇게 되는 걸 지켜봤다. 그마저도 원하지 않는 데 배정을 받으면 사전에 말을 해주는 게 상식인데 나이가 어리거나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이른바 '착한' 이한테는 없는 일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예 들어주지도 않는다. 화를 잔뜩 내야만 그마저도 듣는다. 그래서 그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일을 안 하는 이에게는 일을 주지 않고, 또 일을 잘하면 일을 두 배 세 배로 주니까 힘든 이는 계속 힘들다. ㄱ 교사는 올해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인 학생부장을 희망서에 적을 계획이다. 물론 희망대로 될 거라고 예상하진 않지만, 열심히 할 생각이다. 우선 교복을 없애는 것부터.
 
'더하기'를 하지 말고 '빼기'를
 

ㄴ 교사는 교직경력 20년 차인 중학교 남교사다. 그는 업무분장이 희망원을 받고 희망하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경합하는 자리나 그렇지 않은 업무를 가지고 조정하고 해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실제는 경력, 나이, 성별 순으로 배치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새로 발령받거나 이동해오는 경우는 이른바 '기피업무'에 배치되고, 새 학기 시작 일주일 전쯤에 발표한다. 이게 ㄴ 교사가 말하는 관행으로 고착되어버린 지금 학교의 현실이다.
 

기간제 교사인 ㄷ 교사는 올해 학폭업무가 배정됐다. 학교에 가자마자 받아보는 업무분장표에 몇 개 항목은 비어 있거나 기간제라고 써져 있다. 이처럼 기간제교사에게는 대부분 기피 업무라고 알려진 학폭이나 학생부 업무가 주어지고 소송이 나면 그 학교를 그만둬도 그 소송을 계속 가져가야 함에도 해당 학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게 ㄷ 교사가 말하는 현실이다.
 

ㄴ 교사는 관리자들부터 '교사들은 힘든 일은 서로 안 하려고 해서 갈등이 날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업무분장을 정상화하려면 '더하기'를 하지 말고 '빼기'를 해야 하고 업무 수행 시 발생한 문제 상황에 대해 교장과 교감이 함께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를
 

교직경력 13년 차 초등학교 ㄹ 교사는 업무분장표를 안 보고 학교 다닌 지, 2년 됐다. 이제야 주체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교사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그는 "업무분장이라고 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군대문화의 학교만들기에 생겨난 체제로 주체적인 학교운영이라면 업무분장이라고 하는 행정업무 체계나 용어는 해체 및 재구성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담임은 담임 업무와 교육과정에 마땅한 행정 일을 수행하면 되고 그 외는 교육행정에서 업무를 구성하면 된다고 제시한다. 협력적인 분위기라면 교장이나 교감이 업무를 벌이지 않고도 학교운영을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실제로 논의과정을 거쳐서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업무에 대한 얘기 나눌 기회를 계속 가져 나가고 교장과 교감이 격려하고 관망하고 독려하고 있다. 업무를 가지고 하니 마니 날이 서 있지 않고 이 정도까지는 할 수 있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다 보니 교사들이 주체성이 생겨난 부분도 있다.
 

교직원회의 때 이런 저런 얘기를 맘 놓고 하는 분위기에서 다들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10월부터 업무를 인수인계하거나 중간에 맘이 바뀌어도 괜찮다고 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학교는 학년 업무도 3명 정도는 운영해본 사람이 남고 새로운 사람이 그 학년을 구성한다. 물론 새로 온 이에게는 새로운 업무나 기피업무를 주지 않는다. 희망원도 받고 조율을 하고 새로운 이가 오면 또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갑작스럽게 통보받는 일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 학교는 교사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학교로 이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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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9 [22:33]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