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들"

정은균 교사, 군산영광중 | 기사입력 2018/11/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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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들"
정은균 교사, 군산영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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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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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회에서 '아카데메이아'라는 이름의 학술 문화 행사를 가졌다.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테마였다. 지난 한 해 동안 학교 안팎에서 수업 연구와 교육 실천 활동을 하고, 학생 인권과 자치 활동을 한 교사와 학생들이 어우러져 3시간 동안 감동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인근 고교에 계시는 선생님이 유년 시절 이래 이어 온 책 읽기 경험을 담담히 말씀해 주신 발표 꼭지가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이 소개해 준 도서 목록을 들어 보니 전직 은행원 시절부터 현재의 상업 교사 생활에 이르기까지 은행원과 교사 특유의 정체성과 사고 틀(?)을 깨는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과정에서 독서 습관과 생각이 바뀌었으나 다만 오래 전부터 변하지 않은 독서 원칙이 있다고 했다. "훗날 내 자식들이 내가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는다고 했을 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을 책을 골라 읽자!"
 

발표가 끝난 뒤 선생님과 질의 응답을 주고 받는 시간이었다. 한 선생님이 지금까지 책 3만 권을 읽었다는 어느 중학교 교장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깜짝 놀랐다. 올해 60대에 이르렀다는 그 교장은 길거리에 있는 풀과 말을 나눈다고 한다! 가히 독서 도인급이다. 요즈음 도인 교장은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를 만나고 있다고 한다.
 

60년 동안 읽은 책 수가 3만 권이 되려면 한 해 동안 책 830권을 읽어야 한다. 매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3권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므로 3만 권은 일종의 과장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도인 같은 교장의 '3만 권'을 놓고 한참 동안 설왕설래하였다.
 

책 읽기가 능사는 아니겠다. 그러나 상상력과 사유의 폭을 넓히고, 간접 경험을 통해 내면 인식을 확장하는 데 책만큼 큰 도움을 주는 수단이 없다. 나는 상업 선생님이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손에서 한시도 책을 놓지 않고, 육순의 교장이 데카르트의 철학 책을 포함하여 3만 권을 읽어 온 까닭도 이런 데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도인 교장의 '3만 권'에서 시작한 우리 토론은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부모와 교사가 자녀와 학생에게 미치는 효과성 문제로 이어졌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자녀와 학생이 부모와 교사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변 현실을 둘러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책 읽는 부모와 교사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꼰대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지레 낙담하지 말자. 호주와 미국 학자들이, 2011~2015년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1개국 성인 16만 명을 대상으로 던진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질문("당신이 16세였을 때, 집에 책이 몇 권 있었나요?") 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청소년기에 책에 노출되는 것이 인지 능력 발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집에 상당수 책이 있는 것만으로 자녀의 언어 능력, 수리 능력, 기술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 책을 읽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부모와 교사가 주는 힘이 얼마나 크겠는가. 실천 없는 공부는 공허하고 공부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다. 나는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우리 교육의 희망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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