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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싶다] 몇 평에 사는지, 채무는 없는지 묻는 공무원 총조사
미응답자 과태료 부과… 강요와 독려에 시달리는 교사들
 
박근희 기사입력  2018/11/13 [13:22]

 

 © 일러스트 정평한

 

"행정실에서 독려했어요. 하루빨리 공무원 총조사에 응하라고요. 그래서 동료 교사에게 물어보니 무조건 하라는데 처음에는 '의무적인 건가?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은데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러다 짬을 내 조사에 응했는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 아무개 교사는 공무원 총조사를 하며 동료들이 왜 '무조건'이라 했는지 이유를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접속해 조사가 이뤄지니, 응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공문 한 장이 도착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교사들에게 보내진 공문에는 '미실시 시 개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교사는 속으로 '큰일 날 뻔했다'고 되뇌었다. 박 아무개 교사가 일하는 학교에는 응답률을 표시한 공문이 두 차례나 와 조사를 독려했다. 30%였던 응답률은 얼마 후 95%까지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과태료에 응답률까지 등장하며 조사 자체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사들은 조사 항목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답해야 할 항목이 60개가 넘고 인사기록항목은 자동으로 입력돼 있더라도 모든 조사를 마치기까지 한 시간여가 필요하다. 수업과 행정업무에 최근에는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까지 겹친 교사들은 고충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 아무개 교사가 제기하는 문제는 심각했다. "사실혼 관계, 자녀 1인당 개별 월평균 사교육비, 휴직한 경험과 사유, 주거지 크기와 형태, 월 가계 저축액뿐만 아니라 퇴직 후 대비는 어떻게 하는지, 채무는 얼마이며 채무가 있으면 어떤 채무인지까지 숨기고 싶은 개인의 사생활까지 조사하더라고요.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동료 교사들도 이 정도까지 물어봐야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해요."
 

시쳇말로 '신상털기'와 같은 조사에 일부 교사들은 사실대로 답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5년마다 진행하는 이 조사의 결과는 통계로 분석해 공개된다. 2013년에 이루어진 공무원 총조사 결과가 담긴 당시 안전행정부의 보도자료 제목은 '대한민국 공무원의 평균적인 삶을 소개합니다'였다.
 

이와 관련해 이 아무개 교사는 "대부분의 설문조사가 불특정다수나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개인 이름으로 네이스에 들어가 조사에 응해야 하는 현실에서 과연 사실대로 응답할 공무원이 몇 프로 정도일까요. 이렇게 민감한 사항까지 묻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무의미한 조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해야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08년 공무원총조사 실시계획' 문서를 보면, '인사정책의 수립·운영과 제도개선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 공직 내 인적자원 통계의 주기별 변동사항 파악과 활용'이 목적이다. 그 목적부터 두루뭉술한 이 조사는 1969년부터 5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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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3 [13:2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