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생활에서 잊지 못할 일] 연풍이 실종사건

김민서 · 충북 경덕중 | 기사입력 2018/1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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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생활에서 잊지 못할 일] 연풍이 실종사건
김민서 · 충북 경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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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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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괴산 연풍으로 발령이 났다. 예상치 못한 산골짜기 마을 발령에 몹시 놀랐지만 어릴 적 시골에 살던 기억이 그리웠던 나는 용감하게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사를 결정했다. 10살, 5살 아들 둘을 데리고 연풍중학교 안에 있는 교장 사택으로 들어갔다. 약간의 뜰이 있는 오래된 가옥으로 대문을 나서면 학교다.
 

전교생 34명의 연풍중학교. 나는 19명 과밀학급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어느 날 북쪽 사택에 사시는 체육 선생님이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다 주셨다. 그렇게 비글똥개 연풍이를 만났다. 딸기 덩굴에 들어가 혼자 뒹굴며 노는 강아지 연풍이는 곧 연풍중학교 전교생의 귀염둥이가 됐다. 쉬는 시간이면 연풍이가 발을 땅에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이 안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연풍이가 사라졌다. 3교시 끝나고 집 안팎을 아무리 살펴도 연풍이가 없다. 아… 이런… 이른 아침에 들리던 개장수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가 생각났고, 낮에 조용히 다녀가신 아주머니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교장 선생님 사모님이셨다.) 이 사실이 아이들에게 알려지자 점심시간에 학교는 난리가 났다. 전교생이 나서서 학교 구석구석을 찾기 시작했고, 태양이와 태형이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봤다. 진로 선생님은 CCTV를 확인하셨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도록 연풍이의 행적은 묘연했다. 모두 상심한 채로 5교시 수업이 시작됐다.
 

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다시 집에 와서 바깥 창고방을 열어봤다. 평소에 잘 들어가지 않는 방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어본 그곳 구석에서 나를 바라보는 연풍이. 아~~그 안도감이란. 교무실에 와서 선생님들께 말씀드리자 모두 걱정하셨던 터라 기뻐하셨지만, 특히 기쁨이 크셨던 체육 선생님은 그만 교무실 마이크를 켜셨다. "학생 여러분, 연풍이를 찾았답니다. 모두 마음 놓고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방송에 이어 "와~~"하는 함성이 교실에서 터져 나왔고 다시 평온한 일상이 돌아왔다.
 

나중에 연풍이가 심각한 장염에 걸려 충주 동물병원에 입원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아침조회 내용은 연풍이의 백혈구 수치였다. 연풍이를 치료하던 수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다른 개들 같으면 죽었을 거라고 하셨다. 연풍이는 행복한 기억이 많은지 살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고. 아이들의 사랑이 연풍이를 살린 거 같았다.
 

3년 연풍 생활을 접고 청주로 돌아오면서 연풍이는 태양이 할아버지의 친구분 댁에 맡기게 됐다. 과밀학급 19명의 졸업과 동시에 연풍이도 학교를 떠났다.
 

그렇게 청주로 돌아오고 나서 들은 소식은 연풍이가 다시 돌아와서 태양이 할아버지가 돌보고 계시다는 거였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연풍으로 달려가 문어 다리를 사서 연풍이에게 주며 끌어안고 울고 온 우리 큰애는 연풍이를 청주로 데려오자고 조르고 졸랐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연풍이는 아파트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연풍이가 다시 돌아온 건 두 번이나 새로 간 집에서 도망쳐서 연풍중학교로 찾아왔기 때문이란다. 줄을 풀고 차로 30분 이상을 달려야 하는 길을 혼자 찾아왔을 녀석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태양이 할아버지의 정성스런 보살핌 속에 새끼를 낳고 어미가 된 연풍이가 연풍 아이들과 함께 한없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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