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입김'에 흔들리는 친목회

박근희 | 기사입력 2018/11/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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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입김'에 흔들리는 친목회
어른·선후배 문화… 주머니에서 두 번 빠져나가는 부조금
박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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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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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선후배 문화… 주머니에서 두 번 빠져나가는 부조금

 

여전히 학교에 권위주의적 문화가 만연하다고 한다면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될까? 교직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놓고 그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이번 주제는 '친목회'다.  <편집자주>

 

© 일러스트 정평한

 

"돌아오는 친목회 때 OO에 가는 건 어때요?". 교장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됐다. 시간, 장소, 메뉴까지. 식사 후에는 코스처럼 노래방으로 향한다. 한 교장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100점이 나올 때까지. 교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팡파르를 울리는 노래방 기계에 축하금을 붙인다. 물론 속은 부글부글한다.
 

초등 교사 10년 차 ㄱ 교사에게는 이런 일이 새삼스럽지 않다. 10년 동안 몇 차례 학교를 옮겼으나 친목회의 모든 결정은 교장에 의해 정해졌기 때문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기자가 질문을 던지기 전까지 딱히 불만도 없었다. 오히려 어떤 교장은 의사를 잘 표현하지 않아 의중을 살피는 데 애먹은 기억이 크다.
 

서먹한 관계를 도탑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친목회. 그러나 이처럼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교장의 입김'에 의해 움직이는 친목회가 대부분이다. ㄱ 교사가 문제로 여기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른바 '어른 대접'이라는 익숙한 문화가 교직 사회에서 예외일 리 없으니 말이다. 이 '어른 대접'은 명절에 정점을 찍는다. 같은 금액으로 회비를 내지만 어른인 교장에게는 좀 더 특별한 친목회 선물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긴다.
 

중·고등학교의 친목회는 '선후배 문화'도 존재했다. ㄴ 교사는 한때 비밀스러운 친목회에 들어야 했다. 교장이 같은 대학을 졸업한 교사들을 모아 만든 친목회였다. 동창 모임과 같은 친목회는 파벌이나 차별로 비칠 수 있어 언제나 조용히 모였다 흩어졌다. ㄴ 교사를 언짢게 한 또 다른 이유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선후배 관계로 풀어보려는 교장의 의도가 보였다는 점이다.
 

규모가 좀 큰 학교의 친목회는 교장의 영향이 그리 크진 않다. ㄷ 교사가 다니는 학교에는 6~70명의 교사가 함께 일한다. 교사도 많고 과목도 다르다 보니 친목회를 통해 교류하고 관계를 다지려고 하지만 '끼리끼리 문화'로 1년 동안 말 한마디를 안 섞는 사이도 있다. 친근의 정도는 경조사가 있을 때 두드러진다. 다달이 내는 친목회비는 송별회, 전입 환영, 경조사 부조 등에 쓰이지만 결혼이나 상이 있으면 주머니에서 다시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기쁨과 슬픔을 나눠야 하는 건 당연하나 이른바 '시즌'이면 부조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만만찮아 볼멘소리가 절로 난다.
 

규모가 작은 학교에서 일하는 ㄹ 교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교사 수가 적으니 친목회비 자체도 부담일 때가 있는데 따로 경조사까지 챙기려니 '굳이 친목회가 필요할까' 싶다. 더욱이 교사 수가 적어 누가 부조했고 안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으니 눈치가 뵌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규칙이 만들어졌다. 친하지 않으면 친목회비로 일단 축하했으니 3만 원, 친하면 5만 원, 정말 친하면 10만 원 정도다. 이러한 규칙은 얼마 전 상을 치른 ㄷ 교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물론 친목회가 제 역할을 하는 학교도 있다. ㅁ 교사가 속한 친목회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급식소 노동자까지 함께한다. 작은 학교라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애를 다지는 데 무게를 실었다. 친목회비도 다른 학교와 비교해 적다. 그래서 거창한 식사는 어렵다. 그래도 진짜 친목을 다지는 느낌이라 말하는 ㅁ 교사는 처음으로 친목회의 제 기능을 확인하는 중이다. 앞으로 삐걱대는 일이 생길지 몰라도 같은 공간에서 다른 일을 동료와 서로를 이해하며 어울리는 시간이 ㅁ 교사에게 의미가 컸다. 의무인 듯 의무 아닌 의무 같은 친목회. '답정너 교장', '우리가 남이가?'가 아닌 학교생활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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