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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페미니즘 교육] #그런_교권은_없다 : 교사의 권력과 스쿨미투
 
임혜정·서울 송례초 기사입력  2018/10/25 [23:58]

 

"이런 말도 미투에 걸리나?"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요즘은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어." 다른 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농담한다. "선생님이 문제 있는 발언을 한 경우도 있겠지만, 애들이 너무 민감한 거 아냐?" 또 다른 교사가 얼굴을 찌푸린다. '스쿨미투'를 둘러싸고 교사들이 흔히 하는 말들이다.

 

#MeToo(미투·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가운데, 초·중·고 학교에서의 성별 및 위계에 의한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스쿨미투(교내 성폭력 고발 운동) 또한 교육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SNS상에서 공론화된 학교만도 50여 곳에 이른다.
 

이러한 고발 운동을 한때의 흐름으로 넘긴다거나, 잠시 기다리면 잠잠해질 거라고 믿는다면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스쿨미투는 가해자로 지목된 소수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 집단 전체가 근본적인 반성과 인식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스쿨미투는 점점 더 거세게 불타오를 것이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고발이 터져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이 스쿨미투를 바라볼 때 갖기 쉬운 잘못된 시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 사안을 학생 인권과 교권이 충돌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다. 학생들의 인권 의식은 '지나치게' 높아진 데 비해, 교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서 교사가 '무슨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권이란 대체 무엇인가? 교권이 추락했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권의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 또한 교권을 교사의 권력 또는 권위로 오해하곤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꾸만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칭적이거나 대립적인 위치에 놓는다.
 

그런 교권은 없다. 교권이 학생 인권과 대립하는 것이라면, 그런 교권은 없어도 된다. 교권이 학생에 대한 교사의 권력이라면, 그런 교권은 없어야 한다. 교사에게 보장되어야 할 것은 권력이나 권위가 아니라 권리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과, 적절한 노동 조건을 가질 노동권, 그리고 교사가 소신을 가지고 전문성을 발휘할 교육권이다. 교사인 우리가 교권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할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교권이라는 단어 자체를 폐기 처분하는 것이 낫다.
 

스쿨미투에 대응할 때 우리가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교사와 학생 간 위계와 성별 권력의 존재를 인지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희롱과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스쿨미투 사안에서는 남성과 여성 간의 성별 권력 차이에 더해 교사와 학생 간의 위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2차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바로 학생들이 폭로와 고발의 전략을 채택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투쟁 방식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피해 당사자인 학생의 진술, 경험, 관점보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의 경험과 의도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이는 성폭력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피해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에게 발언권을 주고, 피해 당사자인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 호소를 축소하는 일은 '교권 보호'가 아니다. 학생들이 2차 피해를 받는 데 대한 방조일 뿐이다. 스쿨미투 사안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공식적 절차가 필요한 이유이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학교를 더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전교조는 조합원 교사 중에도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조직의 민감성 부족을 반성하고 사과하며,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스쿨미투라는 준엄하고 도도한 시대적 요구에 거슬러 싸우는 전교조가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힘을 보태 싸우는 전교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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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5 [23:5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