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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고츠키!] 모든 학교를 주체적 인간 발달의 장으로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기사입력  2018/10/25 [23:38]

 

미래사회에 걸맞은 교육공간 구축을 위해 학교를 재구조화하겠다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장이나 감옥을 연상시키는 격자화된 근대적 공간을 벗어나야 유연하고 창의적인 미래형 인재가 나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놀이공간을 담은 꿈담교실, 돌봄교실, 메이커 스페이스, 그리고 최첨단 기자재를 갖춘 미래형 교실까지. 학교 공간 전체를 통째로 바꾸겠다니 일단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몇 개의 학교를 혁신적으로 디자인하기 이전에 먼저 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학교 시설의 현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고 고치는 일입니다. 지반 침하로 인한 유치원 붕괴사고는 전조이자 징후입니다. 금 간 벽이며 깨진 창문턱, 환기가 채 안 되는 과학실과 협소한 급식실, 방과후교실과 지역사회 개방으로 풀가동되고 있는 체육관까지. 낡은 학교 시설은 곳곳에 있습니다. 하물며 교사의 책상과 의자 상태도 골동품부터 최신형까지 학교마다 제각각입니다. 이러한 학교의 시설과 부품들은 그 학교의 역사와 재정 지원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인간 발달에 있어 환경은 주요한 근원입니다. 주체는 환경 속에서 인격적 특성을 추출하고, 이에 따라 사회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으로 내재화됩니다. 그러므로 발달의 최종 형태는 주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 이미 놓여있습니다. 이때 환경은 사회문화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을 포괄합니다. 물리적 환경은 사회문화적 환경이 조성되는 물질적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의 열악한 물리적 환경은 온종일 그곳에서 생활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삶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학생들은 교과교실제를 하느라 좁은 복도를 꽉 채운 사물함을 사용하다 서로 부딪쳐 싸우는가 하면 마땅히 쉴 곳이 없어 이리저리 떠돌고, 교실 급식을 하느라 급식판과 잔반통을 밀고 끄는 북새통 속을 지나다 짜증을 내곤 합니다.
 

기본적인 환경과 교사 충원에 대한 예산 책정 없이 학교 현장에 던져지는 모든 교육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그리고 선별적인 학교 지원 역시 종국에는 학교 간 불평등을 양산할 뿐입니다. 교육은 공공재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를 주체적인 인간 발달의 장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이 전체 학교에서 고르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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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5 [23:3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