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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비혼이라는 이유만으로
 
김상정 기사입력  2018/10/25 [23:32]

 

"결혼은 했어? 애인은 있어? 애는 몇이야? 딸이야 아들이야?" 흔히들 하고 있거나 듣고 있는 질문들이다. 대답을 안하면 "우리 애는 몇 살인데…"로 시작되는 개인사. 알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상황. 대답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비혼'이라고 말하고 나면 또 다시 겪게 되는 일들이 있다. "자기는 애를 안 낳아봐서, 애를 안 키워봐서, 결혼을 안 해서"로 시작되는 잘 모를거라는 판단이 섞인 말들. 교육희망은 교직사회에 만연된 문화를 들여다보며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회식문화, 꼰대문화에 이어 세 번째 주제는 '비혼이라는 이유만으로'다.         <편집자주>

 

  © 일러스트 정평한

 

만 30세 비혼 여교사가 귀가 닳도록 듣는 얘기
 

ㄱ교사는 올해로 교직 경력 5년 차인 고등학교 여교사다. 그는 연가를 쓸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당연히 개인사정에 의해 연가를 써야 할 때도 관리자는 그 사유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결국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말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눈치를 보게 되고 웬만하면 연가를 쓰지 않게 됐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는데, 챙길 가정사도 없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연가를 내는 것이냐'는 관심과 시선이 연가를 쓸 때마다 느껴진다. 옷이나 외모에 신경을 좀 쓰고 온 날,  연가를 쓰게 되면 어김없이 "데이트 있냐. 상견례 가냐"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관심의 표현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부인을 해도 믿질 않는다. 마치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정 짓고 본인들끼리 쑥덕쑥덕 얘기하면서 웃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놓고 "애인 있냐, 어디 사냐, 누구랑 사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불쾌한 마음에 "왜 묻느냐"고 되물었더니 바로 온 대답이 "일 시키려고"였다. 그러면서 위한답시고 결혼을 안 할 거면 산간지역 학교를 옮겨 점수를 많이 쌓아 관리자가 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가만히 보니 고 3 담임도 비혼교사라면 당연히 맡는 게 되었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일도 매번 비혼교사인 자신의 몫이다.
 

ㄴ교사는 올해로 교직 경력 20년차 중학교 남교사다. 그는 정치적 신념으로 비혼을 선택했지만 주위에서는 비혼일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주위에서 미혼인 남교사는 있지만 비혼을 선언하는 남교사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런 질문을 받는 일도 일부러 비혼임을 밝힐 일도 거의 없다. 비혼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부당한 상황을 겪게 되는 상황도 거의 없다.
 
담임은 계속하게 하고 보직에서는 제외시키고
 

ㄷ교사는 올해로 교직 경력 21년 차이고 비혼 여교사다. 그는 매년 업무분장이나 반편성을 할 때, 담임을 맡는 것은 물론 초과근무가 필요한 일들이 배정됐다. 일을 열심히 했고 성과를 내서 능력을 인정받는 상황에서도 매번 보직임용에서 제외됐다. "니가 싱글이어서 그래"라는 말을 몇몇 분한테 듣기도 했다. 19년째 담임이었고 보직을 4년간 했지만 그마저도 담임과 겸했었다. 그는 성희롱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경계시키면서 대응해 왔었다. 그러나 "애를 안 낳아봐서 애를 다룰 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몹시 곤란했고 상처가 되기도 했다. 육아를 해야 하는 교사의 근무조건은 앞으로도 향상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일을 줄이지 않고 그 일을 메꾸는 일은 주로 비혼여교사가 담당하게 했다. 그는 20년 동안 중학교에 있다가 올해 고등학교로 옮겼다. 새학교로 옮겼을 때 받아 본 업무분장 희망원에는 학벌부터 기혼·미혼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었다. 노모를 돌봐야 하고 대학원을 다녀야 해서 비담임을 희망했으나 결국 담임이 배정됐다. 그는 쉴 틈 없이 일만 해오면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휴직을 권고받았고 최근 병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비혼은 개인적인 이유든, 정치적인 이유든 한 사람의 선택일 뿐. 비혼이라는 이유로 문화적으로 제도적으로 구조적으로 겪어야 하는 부당한 상황들을 학교에서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 함께 실천해 볼만한 일들로 ㄱ교사는 개인사를 묻지 않아야 하고 지나친 관심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ㄷ교사는 △무엇보다도 일상적 대화에서 결혼 여부를 묻지 않기 △교육과 양육의 경험을 연결지어서 이야기하지 않기 △결혼여부가 업무분장으로 연결되지 않기 △불합리한 인사위 규정 뜯어고쳐서 교직에서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이면서 젊은 비혼여교사가 불이익이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등을 제안한다. 부장교사를 기혼 남교사가 많이 맡다보니 학교 안의 가부장적 문화가 공고해지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이것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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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5 [23:3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