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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페미니즘교육]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페미니즘 교육
 
김수현·경기 도당고 기사입력  2018/10/11 [22:10]

 

올해 초부터 케틀벨과 바벨을 이용하는 근력운동을 배우고 있다. 몸의 근육을 한계치까지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주는 쾌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헬스장에 가서도 무거운 덤벨이나 바벨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에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흔히 하는 말들. "근력운동은 남자들이 하는 거지", "여자가 근육 많으면 안 예쁘지"라는 편견에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체육관의 교육 방침에 있다. 운동의 목표는 근력을 키워 강인한 자아를 만드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남녀의 차이는 없다. 거울도 없다. 모두는 서로를 운동 실력에 관계없이 존중하고 서로의 성취를 응원한다. 이렇게 땀이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도록 운동하는 것이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운동을 멀리하게 된 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달릴 때 가슴이 불편했고 땀 흘리고 씻을 수 없는 게 싫었다. 점차 뛰어노는 것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운동장을 누비며 땀으로 옷이 흠뻑 젖고 대충 화장실에서 머리와 몸을 씻고 교실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페미니즘교육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성찰'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들을 반문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왜 격렬한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왜 여성의 근육과 힘은 자랑거리가 될 수 없을까? 왜 여성만 화장을 할까? 왜 성별에 따라 다른 교복을 입는 걸까? 왜 머리를 기른 남학생은 없을까? 게임 속 캐릭터의 모습은 성별에 따라 어떻게, 왜 다른가? 이 의문들은 사회의 권력 관계를 파악하게 하고 차별과 배제들을 인식하게 한다. 사회적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차별을 인식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일상에 스며들어 당연하게 여겼던 성별이분법, 젠더권력에 의문을 품고 편견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가 페미니즘교육이다.
 

페미니즘 수업에 대해 동료 교사와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몇몇 남학생들의 공격적인 반응이다. 페미니즘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할 때와 인권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수업할 때 남학생들의 태도가 다른 경우가 많다. 남학생들은 페미니즘 수업을 할 때, 기존의 남성중심적 문화의 수호자가 된 것처럼 훨씬 더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태도 자체가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페미니즘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이 감정적 반박에서 벗어나 주제에 집중하여 분석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말할 수 있도록 한다. 여성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난민, 이슬람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은 차별과 혐오를 포함한 말임을 언급하고 교사와 학생 한두 명 사이의 말꼬리 잡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발언권을 소수가 독점하지 않도록 '모둠토론이나 포스트잇에 생각 적기'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발언권을 평등하게 분배한다. 평소에 목소리가 크지 않은 학생들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 가능한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한다. 성차별적인 사회의 모습을 깨닫고 눈을 반짝이는 여학생들에게 더 집중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페미니즘 교육은 마음의 근력을 키워 여성들이 자신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근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스스로의 힘을 믿고 단련할 때 길러진다. 모두가 자신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나의 삶의 주인은 나이며 성별에 관계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돕는 교육이다.
 

지금도 나에게 '여자가 근육 키워서 뭐 하냐',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을 보며 '여자 손이 왜 이러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근육으로 단단해지는 내 몸이 좋고 손바닥의 굳은살을 만지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힘을 기르고 땀을 흘리는 행위의 기쁨을 많은 여성과 나누고 싶다. 운동의 목적이 몸을 단련하고 스스로 강해지는 것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 운동하기에 불편한 것은 여성의 몸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회다. 힘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 활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있는가? 여학생들로 이루어진 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어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면 어떨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함께 어울려 땀 흘릴 권리를 여학생들이 누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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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11 [22:1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