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나이일 때는 말이야~"

박근희 | 기사입력 2018/10/11 [21:47]
학교를 새롭게 새롭게
"내가 네 나이일 때는 말이야~"
권위주의적 통념, 연령·경력주의 강조하는 '꼰대문화'
박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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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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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적 통념, 연령·경력주의 강조하는 '꼰대문화'

 

'여전히 학교는 권위주의적 문화가 만연하다'고 한다면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될까? 교직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놓고 그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이번 주제는 '꼰대문화'다. <편집자주>

 

© 일러스트 정평한

 

'내가 네 나이일 때는 말이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꼰대'라 불리는 이들이다. 일상에서 이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도, 가까운 가족 안에도 꼰대는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때로는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도 '꼰대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설명이 새삼스럽겠지만 속풀이를 시작하기 전 유래를 찾아보자.
 

꼰대. 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다. 영남지방에서 번데기를 뜻하는 '꼰대기'에서 어원을 찾아 주름이 많은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며 써 왔다는 설이 그중 하나다. 백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콩테(Comte)'의 일본식 발음 '꼰대'로 보는 이들은 일제강점기 나라를 팔아 백작 작위를 단 이완용이 '나는 꼰대다'라고 말한 데에서 시작했다고 본다. 또 '잘난체하다'는 영어 '콘디센드(condescend)'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누군가는 기사작성 육하원칙으로 '내가 누군지 알아(Who), 뭘 안다고(What), 어딜 감히(Where), 왕년에(When), 어떻게 나한테(How), 내가 그걸 왜(Why)'가 꼰대의 특징이라 설명한다. 요즘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사전적 정의는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다.
 

그럼 교직 사회는 어떨까. ㄱ 교사는 "교사는 기본적으로 꼰대 성향이 있고 보수적"이라 표현한다. 누굴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화 속에서 이런 성향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ㄱ 교사는 육아를 예로 들었다. 일과 육아를 양립해야 했던 ㄱ 교사는 육아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체력적으로도 힘이 부쳤다. 그런데 조퇴나 병가를 신청하면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근무환경이 좋은데도 참을성이 없어", "우리 때는 한 반에 학생 수도 많았어", '나는 출산하고 얼마 안 돼 출근했는데"와 같은 말들을 들어야 했다. 눈치가 보이는 ㄱ 교사는 침묵했다.
 

눈치와 침묵은 다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ㄴ 교사는 모둠별 토의 때마다 곤란하다. 모둠이 이뤄지면 제일 연장자가 기다렸다는 듯 "발표는 제일 어린 사람이 하는 거 알지? 정리는 다음으로 어린 사람이 하고…"라고 한다. 학교에 남성 교사가 소수라 대부분의 교사가 꺼리는 일은 남성 교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힘을 쓰는 일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제일 어린 사람이 하는 거'라지만 사실 '제일 어린 남성 교사가 하는 것'이 암묵적 합의다. ㄴ 교사도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ㄷ 교사는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시간이 필요하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은 새내기나 교직 경력이 짧은 교사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ㄷ 교사는 새로운 학교로 전근하자마자 6학년 담임을 맡았다.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ㄷ 교사는 전근한 학교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실은 선배 교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달랐다. 선배 교사에 따르면, 예전에는 배려가 있었다. 새내기 교사나 갓 전근한 교사에게는 나름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6학년 담임을 맡기에 버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일이 많은 업무와 학년 담임은 새내기나 전근 교사에게 돌아가는 일이 허다해진 것이다. ㄷ 교사는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내가 하기 싫으면 약자에게 떠맡기는 사회풍토가 교직사회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 한다.
 

학교 안 업무뿐만 아니라 학교 발령 자체도 이러한 현상이 드러난다. 교통이 불편한 도서나 벽지에 자리한 학교를 가 보면 신규교사로 넘쳐난다. 순서대로 발령을 내다보니 신규교사는 낙후지역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서다. 어렵게 임용고시에 합격한 ㄹ 교사도 바람과 달리 집에서 출퇴근이 어려운 시골로 발령이 났고 생각지도 않게 집을 구해야 했고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월세로 내고 있다.
 

이 외에도 식당을 가면 가장 어린 교사가 수저를 놓고 냅킨과 물을 챙겨야 한다는 가부장적 통념, 남성 교사들 사이에서 은밀히 혹은 대담히 드러나는 형님 아우 문화, 치어리더를 구성해 자신의 대회에 응원을 와 달라 말하는 교장, 화장하는 학생들이 보기 싫어 여러 이유로 규제하는 교사 등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사례가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은 없다. ㄴ 교사는 다행히 교사들은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음을 강조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성을 논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나열하는 연수가 아니라 교직사회에 팽배한 권위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연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ㄹ 교사는 역사학자 전우용 씨의 말을 전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인격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이 늘고, 절제하지 않으면 탐욕이 늘며, 성찰하지 않으면 파렴치만 늡니다. 나이는 그냥 먹지만,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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