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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스쿨미투, 성평등 학교로의 한 걸음
 
이종희 / 민주노총법률원 기사입력  2018/10/11 [20:49]

 

2018년 초 서지현 검사의 검찰조직 내 성추행 폭로는 미투운동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실 창문에 '#미투(METOO)'와 '#위드유(WITHYOU)'를 크게 써 붙이며 성폭력을 용인해온 학교를 공개적으로 고발하고 가해 사실을 폭로하는 스쿨미투를 촉발했다. 잠시 잠잠한 것처럼 보였던 스쿨미투는 2학기 개학과 더불어 다수의 학교에서 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사들의 성폭력과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한 폭로가 학교 내 포스트잇으로, SNS 게시물로 확산되는 중이다.
 

스쿨미투가 계속되자 학교 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모 여고에서 19명의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혐의로 입건되자, 시의회가 나서 관할 중·고교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취급함으로써 무고한 대다수 교사의 열의와 사기를 꺾을 수 있다거나 사제 간 불신을 조장하여 학교공동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운동에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전수조사를 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은폐되어 있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한 부장검사가 기소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미투에서 전수조사가 이야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제대응이다. 위계, 조직 논리, 사회적 인식 등에 의해 성폭력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폭로'라는 방식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수조사는 아직 말하지 못한 자가 말하게 하고 은폐되어 있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성폭력은 권력 관계에 기반한 폭력이고, 젠더 권력과 교사 권력을 갖춘 이를 유의집단으로 삼는다고 해서 그 자체가 잘못된 문제 설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 반드시 교사가 가해자인 것도 아니다. 교사 스스로도 학교라는 조직 내에서 겪었으나 말하기 어려웠던 성폭력 피해를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스쿨미투는 그동안 학교가 폭력과 차별을 감내함으로써 평온한 척 유지되는 공동체가 아니었는지 묻는 작업이다. 학교가 성평등 감수성과 시민으로서 권리의식을 키워주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가부장적 문화를 재생산하고 폭력을 묵인하는 곳이 아니었는지 묻는 운동이기도 하다. 스쿨미투로 문제없이 돌아가던 학교가 괜히 들쑤셔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인간으로서 권리가 제약되어 온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교사들에 대한 사소한 불만까지 스쿨미투를 빙자하여 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물론 모든 문제 제기가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아닐 수는 있다. 부당하게 교사들이 공격받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지도 방식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적절한 통로가 없다는 것, 가볍게 했던 말들이 성별 고정관념의 소산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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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11 [20:49]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