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한 외국어고등학교(외고)의 대학 진학생 70%가량이 어문계열이 아닌 학과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 외고가 여전히 명문대 진학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어고 계열별 대학진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31개 외고 2015~2018년 4개년도 졸업생 100명 당 66명꼴로 비어문학 계열로 진학했다.
대표적인 외고인 서울 대원외고의 경우, 2월 졸업생을 기준으로 인문사회 계열 가운데 어문계로 진학한 학생이 2015년 17.8%(47명), 2016년 15%(40명), 2017년 27%(56명), 2018년 28.3%(61명)에 그쳤다.
서울 대일외고는 이보다 조금 높기는 했지만, 역시 어문계열로 진학한 학생이 대학진학 졸업생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2015년 32.4%(72명), 2016년 34.2%(75명), 2017년 34%(75명), 2018년 43%(91명)이었다. 다른 외고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반면, 대학진학 학생 가운데 어문학계열로 진학한 학생 비율이 절반은 넘긴 곳은 서울 명덕외고와 경기 과천외고 정도였다. 명덕외고는 2016년 72.2%(156명), 2017년 75.7%(162명), 2018년 75%(155명)이었고, 과천외고는 2018년 62%(121명)이었다.
명덕외고 관계자는 박 의원실에 “외고 설립 취지에 맞게 선생님들이 꾸준히 진학 상담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거 같다.”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어학 인재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외고가 설립됐으나, 졸업생들의 상당수가 어문계열이 아닌 다른 계열로 진행해 ‘입시용’ 학교로 전락했다”라면서 “일반고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