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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썩은 열매보다 낡은 뿌리가 더 문제"
"교장·이사장이 지배하는 이중적 제왕 제도 개선해야"
 
권종현·서울 우신중 기사입력  2018/09/13 [22:49]

 

우리나라 사립학교 민주주의는 공립학교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다. 언론에 드러난 사립학교 문제는 전반적인 비민주적 풍토가 맺는 썩은 열매일 뿐이다. 문제는 썩은 열매가 아니다. 과실을 썩게 만드는 토양과 뿌리다. 사립학교 지배와 운영 구조가 공립에 비해 현저하게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립학교 문제를 부정과 부패, 전횡과 갑질의 문제로만 본다. 심지어 언론과 행정 관료들은 물론이고 교육운동가들까지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을 개별 학교 관계자의 개인적 일탈로 볼 뿐이다. 사립학교 구조가 그 일탈의 숙주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동구, 충암, 서울미고, 수원대, 영산대, 대덕대, 경주대, 목원대, 청암대 등을 비롯한 학교들의 비리와 전횡, 서울, 부산, 광주에서 스쿨미투 폭로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0여 개 학교, 제2의 도가니를 연상시켰던 강원도의 특수학교 성폭행, 학교운영위원장에게 고3 시험지를 유출했던 행정실장, 여교사 임신·출산 금지와 교직 세습의 대구 소재 특성화고. 이사장의 아들 행정실장이 그 여동생 교감을 학교에서 폭행한 전남의 학교, 체벌 및 학교폭력 은폐, 두발·복장 규제에 대한 학생 인권 침해, 성적 관련 비위 사실이 터지는 학교를 보면 예외가 없이 거의 사립학교다. 그뿐인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역사교과서를 끝까지 고집한 학교는 전부 사립학교였다. 사립학교의 기간제 교사 비율은 공립학교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위 모든 사례는 사립학교의 일상적 민주주의가 국·공립학교에 비해 현저하게 덜 작동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공교육 체제에 속한 학교이므로 국가와 국민의 견제를 받으며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립도 공립과 조금도 다를 수 없다. 그런데 온갖 비교육적 사태가 공립에 비해 사립에서 월등하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민주주의는 사립학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
 

© 일러스트 정평한

 

사립은 이중적 제왕 제도다. 교장이 있고 그 위에 이사장이 있다. 교사들 앞에서는 교장이 제왕이지만 교장에게는 이사장이 제왕이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 교장임용제도는 '제도'라고 말할 수조차 없다. 교장임용을 위해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모절차나 심사기준이 없다. 그러므로 사립학교 교장임용은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사장의 의중이 좌지우지하기 십상이다. 사람에 대한 충성도가 교장의 자격을 결정하는 현실을 제어할 장치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임용 후에도 교장에게는 여전히 이사장이 제왕이다. 임기가 있지만, 이사장 눈 밖에 난 교장이 끝까지 버티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사립학교의 실질적 교장은 이사장이다. 사립을 이중 제왕적 교장제도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런데 사립학교의 상위 제왕 노릇을 하는 이사장은 자격조건이 따로 없다. 혈통과 인맥이 가장 큰 비공식 자격조건이다. 게다가 연임 횟수 제한이 없다. 필자가 아는 사립학교 이사장은 현재 100살이다. 20~30년, 심지어 40년 이상 재임하는 이사장도 많다. 교직원에게 징계와 승진을 포함한 모든 인사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이사장이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지배를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교육혁신이 가능한가. 현재의 사립학교 자치 기구들은 이사장과 교장의 권력을 거의 견제하지 못한다. 학교운영위원회 그리고 인사위원회의 민주적 구성과 운영으로 사학의 이중 제왕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마저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사립학교가 공립보다도 훨씬 봉건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사립학교에서 부정비리와 비교육적 행위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의 핵심은 이중 제왕 구조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립학교는 흐름이 막힌 강물이다. 고이니 썩는다. 그중에 몇몇 학교가 비리 사학으로 드러날 뿐이다. 세상은 드러난 비리만 주목할 뿐 그 부조리를 잉태하는 낡은 구조는 눈감는다. 썩은 열매인 비리보다 낡은 뿌리인 비민주성에 더 주목할 때 적폐청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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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3 [22:49]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