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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3시 하교하면 출산율이 늘어나나요?"
초등학생도, 학부모도 초등 저학년 3시 의무하교 반대
 
김상정 기사입력  2018/09/13 [22:22]

 

 © 일러스트 정평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는 돌봄교실에 3시까지 있다가 합기도학원에서 1시간 운동하고 피아노 학원에 간다. 원래 집에 오는 시간이 6시였는데 요즘은 피아노 학원에서 동네 친구들과 노느라고 6시 반을 넘어설 때가 많다. 첫째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수업 마치고 학원 두군데 들렀다 오면 귀가시간이 오후 4시 전후다. 수업이 빨리 끝나는 날을 엄마아빠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복지회관도 아동센터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이 부부가 바라는 건 마을에서 안전하게 놀러다닐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일이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곳 말이다. 아이들은 종종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집에 언제 와요?"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건 부모가 일찍 퇴근해서 자기들과 함께 노는 것이다.

 

독일은 3.6% 학교에서만 시행하는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내놓은 이른 바 '초등 3시 의무하교 정책' 도입 체계도에 따르면, 올해 10월에 정책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내년 초까지 구체적 추진 계획 마련한다. 내년에 학교운영모델과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제도화한 후, 2024 신입생(17년 출생자)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저출산위가 외국 사례로 제시하는 독일의 전일제 학교를 자세히 살펴봤더니 사회적 논의 기간만 105년이 걸렸다. 2015년 현재 전일제 초등학교의 비율은 55.6%, 그중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하는 '의무형 전일제 학교'는 3.6%로 매우 미미하다. 이 모델이 저출산위가 제시하고 있는 모델과 거의 같다. 희망 학생만이 참여하는 개방형 전일제 학교 비율은 84.3%다. 이 개방형 전일제 학교를 우리나라로 그대로 대비해보면 현재 초등학교에서 희망 학생만이 하고 있는 돌봄교실 모델과 거의 똑같다. 독일이 100년 넘게 논의를 거치면서 겨우 3.6%의 초등학교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의무형 전일제 학교를 우리나라는 겨우 현 정부임기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제도화하겠다는 것. 전 사회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동네에서 맘껏 놀 수 있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지난 8월 중순경 127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초등 저학년 3시 하교안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 저학년 돌봄의 책임을 누가 맡아야 하냐는 물음에 8%만이 담임교사라고 답했고, 90% 이상이 학부모, 마을공동체, 지역사회 등이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오후 3시까지 돌봄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71.7%가 '반대' 의견을 냈고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맡기지 않겠다는 의견도 70.9%에 달했다. 찬성의견은 15.7%에 그쳤다. 실제로 주민센터 등 유휴공간에서 아이들이 키워 온 학부모들의 사례가 서울지역에서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마을을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게 하자는 학부모들의 열망이 정책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교육청은 올해 학교 밖 돌봄교실 '자람터'를 지역사회로 확대하고 있다. 아파트나 공공기관, 노인복지관 등이 아이들의 동네놀이터인 돌봄교실로 변모하고 있고, 아이들은 방학에도 동네에서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놀 수 있다. 2022년까지 거점형 자람터를 27곳으로 우리동네 자람터를 4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제 올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부산시장과 6명의 구청장도 돌봄 공약을 내놓고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돌봄교실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충북교육청 또한, 돌봄교실을 학교에서 마을로 이동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 돌봄공동체 등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 마을 회관 등 유휴공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렇게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마을이 곧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는 방식의 돌봄 정책은 각 시도별로 확산하는 추세다.
 

방학은 짧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는 싶고
 

지난 9월 11일 교육부가 발표가 'OECD 교육지표 2018'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교사 1인당 초등학교 학생 수가 16.5명으로 OECD 평균 15.0명보다 1.5명이 많았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도 23.2명으로 OECD 평균 21.3명보다 2명 가까이 많았다. 우리나라 초등교사의 2017년 법정 수업일수도 190일로 OECD 평균 183일에 비해 더 많았다. 반면, 2015년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정부투자의 상대적 비율은 87.7%로 OECD 평균 90.4%에 비해 낮았다. 2014년 국공립학교 교사의 수업일수는 우리나라가 190일 OECD 평균은 183일이었다. OECD 8개국의 방학일수를 보면 프랑스(120일), 핀란드(105일), 미국(102일), 영국(91일), 뉴질랜드(90일), 호주와 일본(84일), 캐나다(83일)이었고 우리나라는 78일로 가장 짧았다. OECD  지표가 나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OECD 꼴찌'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3시 의무 하교'가 시행되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행복해질까? 엄마·아빠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보는 게 어떨까?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경제력을 미래의 부모가 될 이들에게 갖게 하는 사회정책을 펼치는 건 어떤가? 지금 수많은 이들이 정부를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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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3 [22:2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