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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생활에서 잊지 못할 일
 
임덕연·경기 이포초 하호분교 기사입력  2018/09/13 [22:14]

 

나는 1970년대에 안양초등학교를 다녔다. 서울에서 수원을 지나가는 중간에 있는 안양은 1번 국도와 나란히 경부철도가 지나간다. 그때만 해도 1번 국도는 비포장 흙길에 엄청 큰 왕버짐나무 가로수가 있었다. 철길과 국도 다음에 학교가 있어 기적소리와 열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저학년 때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6학년 때 자주 철길 가에 나가 손 태극기를 흔들었다. 전용 기차를 타실만큼 높으신 분이 지나가는지, 어쩐지 휙 지나가고 마는 기차에 대고 길가에 한 줄로 늘어서서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었다. 몇 분 동안이라도 공부 안 하는 것이 좋아서 키득거렸는지 모르지만 누가 지나가는지, 왜 흔드는지도 모르고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여주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5학년 가르칠 때 학교 인근에 오신 대통령 때문에 학생들을 데리고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식목일이었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대통령 식목일 식수 동산 표지판이 있다. NEIS와 국군 이라크 파병과 FTA로 마음이 몹시 언짢은 나는 그때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입이 댓 발 나와 있었다. 행사관계자는 대통령보다 먼저 식수지에 도착한 우리들에게 학생들이 식수할 위치, 대통령의 동선 등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일부러 중심에서 먼 쪽에 자리를 잡았다. 될 수 있으면 대통령을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소나무 식수를 마치고 학생들과 대통령 내외분이 기념사진 찍을 때 대통령이 나를 불렀다.
 

"이리 오세요. 같이 사진 찍으세요."
 

나중에 보내온 사진 속 나는 억지로 붙잡혀 온 춘향이처럼 찍혔다.
 

올해 여주 하호분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청와대에서 우리 학교로 초청장이 왔다. 어린이날 낙도, 벽지 학생들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어린이날 축하하는 자리였다. 우리 학교에 초청된 인원이 열 명 정도인데, 2, 3학년 합쳐 그 정도 되었다. 1학년은 다음에 기회 되면 가기로 하고 2, 3학년 학생들 명단을 보냈다. 인솔교사도 1명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마침 분교장이 2학년 담임이어서 일이 잘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이 바뀌어 열 명이 넘어도 1, 2, 3학년 학생 다 가기로 하고 인솔교사도 2명으로 늘었다. 1학년 담임이 인솔교사로 가야 한다고 주민등록번호와 핸드폰 번호를 급하게 보내라고 한다. 여학생이 있는데 1, 2학년 담임교사 모두 남자 교사라서 신경 쓰였다. 서울 인근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청와대로 갔다. 거기서 문재인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 악수도 했다.
 

다음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를 봤다는 분들이 연락이 왔다. 아는 사람이 뉴스에 나오니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표정이 왜 그리 어둡냐고 말한다.
 

왜 어두웠을까? 나는 왜 표정을 속이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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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3 [22:1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