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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식, 차라리 없애는 게 나아요"
"장기자랑 해봐라", "술 따라라" 등 무례한 말에 교장 운전기사 노릇까지… "주제·목적 명확해야"
 
김상정 기사입력  2018/09/13 [22:07]

 

 © 정평한

 

 

"여전히 학교는 권위주의적 문화가 만연해 있다."라고 말하면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라고 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될까? 교직사회 문화를 들여다보며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첫 번째 주제는 '회식문화'다. <편집자주>

 

 

단지 나이가 제일 어린 여교사라는 이유로, 여전히
 

교직 경력 4년 차인 이 아무개 교사는 첫 발령된 해에 학교회식 자리에서 장기자랑을 했다. 자꾸 시켜서 억지로 한 장기자랑이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발령난 지 얼마되지 않은 교사 4명 중 여교사 3명만 하라고 한 것을 무리해서 남교사까지 포함해서 한 거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학교장은 장기자랑을 잘한다고 밥을 사겠다고 해서 젊은 교사들을 또 회식자리에 오라고 했다. 술을 따르라고 했고 꼭 "성희롱이라고 할 거면 따르지 마"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런 상황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 교사는 다시는 교장이 제안하는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 교장은 그 이후로도 이 교사를 제외하고 젊은 교사들과 함께 회식자리를 자주 가졌다. 전체 회식 자리에서도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인사를 시키고 인사를 짧게 하라고 해서 짧게 하니까 또 짧게 했다고 뭐라고 했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분간이 안갔다. 보통 회식이라고 하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친목과 단합을 가지는 자리인데 이 교사에게 회식 자리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상급자에게 설교를 듣는 시간이었다. 주로 들었던 질문들이 "어디 사냐. 집이 몇 평이냐. 애인 있냐. 언제 결혼하냐. 빨리 해라.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혼자냐"였다. 모두가 대답하고 싶지 않은 '무례한' 질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학생들과의 관계맺기나 교직에서의 어려움들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의견을 나누는 건 좋은데 말이다. 처음 회식한다고 했을 때, 기대했다. 맛있는 걸 함께 먹으며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며 친해지는 그런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이 교사는 더 이상 회식 자리에 가지 않는다.
 
남교사가 말하는 회식 문화 변천사
 

이 아무개 교사는 올해로 교직 경력 20년 차인 중학교 남교사다. 20년 전 그는 회식 자리에서 이른바 맏아들이었다. 주로 남자였던 교장과 교감은 아버지 급이었고 부장이었던 여교사들은 회식의 전반적인 것을 보살피고 챙기는 어머니 역할을 했다. 그가 신규였을 때 회식 자리에서는 자신은 교육계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일종의 버팀목으로서의 아들이었고, 다른 젊은 신규 여교사들은 귀엽고 예쁜 막내딸이었다.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시키지도 않았고, 하지 않아도 됐다. 회식 자리의 구호는 "우리는 하나다"였다. 분명 회식 자리가 공적인 자리인데도 사적인 질문들이 젊은 남녀 교사들에게 쏟아졌다. "빨리 연애해라, 사귀는 사람 있냐." 중년의 교사들은 "아이들은 뭐하냐? 대학은 어디 갔냐? 집은? 차는?" 명절 때 친지들 모여 있으면 나누는 대화가 그대로 회식 자리에서 오갔다.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다. 회식은 그냥 회식일 뿐, 밥먹는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가끔 향수에 젖은 발언들도 나온다. "아, 이렇게 해서 분위기가 살겠어? 이렇게 해서 같이 할 수 있겠어?"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조회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회식 문화는 교장·교감과 친분이 있는 이가 상조회장이 되고 집행부는 젊은 교사들로 꾸려진다. 그러다 보니 남교사들 위주의 수직적인 회식 문화가 더 강하다.
 
비단, 여·남교사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
 

전 아무개 교사는 교직 경력 3년 차인 초등학교 남교사다. 그는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공모교장 4년 차인 교장은 여성이다. 학교는 명령, 지시, 통제, 감시가 심해 강압적이고 교직원의 인권, 자율성은 어디에도 없다. 당연히 친목회는 교장의 사조직이 됐다. 전 교사가 발령받자마자 교장의 지시로 친목회 총무가 됐다. "막내가 하는 게 맞다"는 이유였고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참았다. 교장은 음식 메뉴부터 장소까지 교장이 정한다. 운전기사 노릇까지 해야 한다. 부장 회식이 있는 날은 교장의 집까지 따라가서 교장이 집에 주차하면 회식 자리까지 같이 이동하고, 회식이 끝나면 교장의 귀가까지 책임진다. 학교 분위기는 매우 강압적이며 위계질서가 강하다. 자녀가 있는 부장들은 자녀를 다른 곳에 맡기고 마지못해 참여한다. 회식은 무조건 필참이다. 부당한 상황이면 거부하는 것이 맞다라고 쉽게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 교사는 이런 강압과 억압이 당연시된 학교문화를 거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고 이는 뿌리 깊은 적폐라 생각했다. 결국, 그는 교육부에 민원을 내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교직 경력 20년 차 이 아무개 교사는 학교 회식, 어때야 하느냐는 물음에 회식을 없애면 된다고 간단하게 답한다. 회식하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서다. 굳이 공동체 의식은 학교의 민주적 운영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형성되는 거지 술 먹고 밥 먹으면서 사적인 이야기 나누면서 형성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회식을 한다면 회식의 목적과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내년 학교운영이라든가 다 같이 축하하기 위한 어떤 주제가 있는 회식이고 형식도 학교서열을 그대로 옮겨놓지 않은 한명 한명이 평등하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회식 말이다. 교직 경력 5년 차, 이 아무개 교사도 권위적인 교직 문화가 사라지고 회식 자리 또한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평등해진다면 즐겁게 회식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되고 있지 않아서 회식에 참여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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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3 [22:07]  최종편집: ⓒ 교육희망